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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17. 2024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


마을 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많은걸 느꼈다. 함께 살아간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거.


차별하지 않는 마음? 존중해주는 태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부스로 찾아온 한 청각장애인 분을 만나면서 내 환상이 산산조각났다.

(생각해보니 차별 안하기, 존중하기는 당연한건데 그걸 베푸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도 한심하다...)

 

일단 당황했다. 그분이 소리를 못 듣는다는걸 알게 된 순간부터 뭘 해야할지 머리가 멍해졌다. 아마 표정도 당혹스러워보이지 않았을까.


우리 부스는 간단한 게임에 참여하면 스탬프를 찍어주는 일을 했는데, 그분은 그냥 스탬프만 받는게 아니라 게임에도 참여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게임에 대한 질문에 수어로 뭐라고 대답하셨는데 나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수어도 몰랐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내가 진행 가능한 다른 게임도 마련해두지 않고 있었다.


마을=환대

라고 했으면서 나는 사람들을 충분히 환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게 좀 많이 부끄러웠다.


영어를 못하는건 부끄러운데 수어를 못하는건 그동안 왜 괜찮았을까.


순간 열심히 생각했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분에게 글로 설명하려고 애쓰다 실패하고 결국 스탬프만 찍어드렸다. 그분은 스탬프를 받고도 뭔가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했는데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간단하게라도 수어를 좀 배워봐야겠다.

아니, 그러고보니 수어가 왜 제2국어가 아닌지 모르겠다... 초중고 때 배웠어야 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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