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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기준이 아닐 때

by 오렌지나무
이 기러기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나의 기준이 아니라는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내 기준이 나보다 나은 어떤 이상적인 사람이거나 사회의 기준이라고 느끼는.


내가 서운해도 되는 상황인지, 내가 이렇게 느끼는게 맞는건지 남들한테 물어볼 때도 있고(남들이 뭐라하든 내가 그렇게 느끼면 느끼는 건데도), 내가 지금 힘든건 내가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계약직인게 힘들면 계약직의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게 아니라 내가 실패해서 이런 하찮은 인생을 사는거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정규직이니까 난 입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외치는 것도 내 기준이 내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 체중, 지금의 내 외모가 내 기준이 아니라서.


내가 나의 기준이고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그 생각에 익숙하지 않다.


무슨 이데아를 믿는 시대도 아닌데 난 인간의 이데아같은걸 신봉하고 있는걸까? 난 현실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논리에 구멍이 나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항상 내 앞에 '나를 비난하는 나'라는 적을 가져다놓는다. 난 적의 빈틈을 찾아내서 공격해야 한다. 이 생각회로에 오류가 있고 거길 바꿔야 한다는걸 집어내야 한다. 그러면 그 '나'는 당분간 사라진다. 나중에 다시 오지만.


우울증에서 낫는다는건 계속되는 나와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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