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패턴이 이렇다. 아무것도 안하는 빈틈은 별로 없다. 공부라고 해서 대단한걸 하는건 아니다. 잠도 안오고 볼 것도 없을 땐 갖고다니는 일본어 한자표나 주요 문형같은걸 읽을 뿐.
암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그림 보듯이 눈으로 읽는게 전부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낫고 이러다 언젠간 외워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한권은 많이 외웠다)
물론 예전처럼 처음부터 암기해버리면 진도가 빨리 넘어가겠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고 그만둬버릴 확률이 높다. 이게 당장 쓸모가 있는 외국어도 아니고.
그래서 최소한만 투자하기로 했다. 공부가 습관이 되는걸 목표로 해서.
외국어 공부가 직무와는 별 상관없지만 뭔가 공부하고 자기계발한다는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실제로 실력이 쌓이면 나중에는 뭔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인생 조졌다'라는 저주를 틀어막는 방법은 그런 생각으로 자기파괴할 시간에 (비록 설렁설렁이라도)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취미 생활로는 원데이 클래스나 전시회도 여기저기 다니고 낯선 사람들도 만나고 마을 활동도 한다. 공부, 일 사이에 이건 꼭 넣는다. 비록 아무 관심이 없는 경우에도, 피곤해서 쉬고 싶더라도.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먼저 지출하는 것이다. 보증금이나 수업료를 내거나 전시회 얼리버드 티켓을 다 구입해버린다. 물론 취소가 가능하지만 인터파크는 취소하려면 재로그인을 요구하는데 당연히 그 비번은 잊어버린지 오래. 그리고 ADHD인 나는 새 비번도 잊어버릴 것이다:) 비번 찾기를 무한반복하느니 전시회에 가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도 목표는 습관이 되는 것이다. 남들은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취미 생활을 하는데, 나는 취미 생활로 나를 끌어내는게 좀 힘들다. 무관심, 무기력, 피로감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내 몸을 이 전시회로, 저 클래스로 데리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간다. 막상 끝나고 나면 엄청 좋은데 왜 그렇게 가기가 힘든지.
내일 죽더라도 오늘 베이킹 클래스를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므로 일은 꼭 해야한다. 사실 일하다 실수해서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긴 한데 돈이 필요해서 붙어있는다. 내가 못해도 월급 깎이는 것도 아니고, 직장 손해지 나는 손해가 없으니까 라는 뻔뻔한 마음으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소소한 쇼핑도 한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본인이 쇼핑중독인지 알려면 택배를 받았을 때 기쁜지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쇼핑중독일 땐 결제하는게 즐겁지 막상 택배가 와도 방치하거나 물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 선을 넘는지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고 있다.
그리고 잔다.
누가 보기엔 퍽 괜찮은, 열심히 사는 일상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생존하기 위한 패턴이다. 수영선수는 자신의 즐거움과 대회를 위해 수영하지만, 나처럼 바다에 빠진 사람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