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집에서 뒹굴거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런 생각이 든 걸 보니 체력은 아직 좋은 것 같다. 힘들 땐 쉴 생각밖에 안나던데...)
첫날은 생일이었고 부모님과 호캉스를 다녀왔다. 집에서 가까워서 편했고 호텔 시설도 좋았다. 호텔 근처 인사동에서 '박물관은 살아있다'도 다녀오고 팥빙수도 먹었다. 13분 거리도 걷기 힘들어 택시를 타게 만든 더위... 으...
그래도 부모님이 꽤 좋아하셨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셀카봉을 새로 구입했는데 처음엔 왜 사냐고 하시더니 막상 가족사진을 같이 찍으니까 좋아하셨다.
습하고 더워서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부모님 체력으로는 그 정도도 충분했던 것 같다.
다음날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는데 나의 원픽은 역시 초코 시리얼과 요거트였다. 이게 제일 맛있었다. 비싼 조식에서 고작 시리얼이라니. 그치만 취향은 어쩔 수 없었다. 식사 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다.
파베 초콜렛 상자같은...
오후에는 나 혼자 인사동에서 전시 두개를 관람했다.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 리얼 뱅크시 전시회. 이 두 전시회는 상호 할인이 있어서 앱으로 예약하는 것보다 현장결제가 낫다.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을 먼저 보고 표를 가져가면 리얼 뱅크시 전시회는 20% 할인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하면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 30% 할인.
감상은 엄청 좋았지만 하루에 두 전시회는 무리라는걸 느꼈다. 아메리칸 팝아트전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작가들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음미하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다보니 2시간 넘게 걸렸고 허리가 많이 아팠다.
허기가 져서 아티스트 베이커리에서 소금빵을 사먹었다. (캐치테이블로 예약하니 금방이었다.) 플레인은 하드vs.소프트인데 나는 소프트가 좋았다. 속이 촉촉하고 가득차있는게 완전 내 취향의 소금빵이었다. 밀곳간보다 더 취향저격이었다.
그 다음엔 힘을 내서 뱅크시 전시회에 갔다. 아메리칸 팝아트전이 예쁘고 아름답고 휘황찬란(?)했다면 뱅크시 전시회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물음표같고 공사장같은 전시회였다.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하기엔 너무 큰 주제들이 많았고 다 생각하기엔 너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았다. 가방도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어와서 계속 보고있다.
디즈멀랜드, 그리고 쥐에 관한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디즈멀랜드 안에서 쥐처럼 살아가면서 쥐의 정체성은 비웃고 뭔가 더 잘나고 거대한걸 기준으로 삼고 있는게 아닐까.
그 다음날은 바빴다. 부모님과 함께 팀보타의 '하울림: 아림의 시간' 전시회에 다녀왔다. 약간 전반적으로 어둡고 숲의 향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쉽지만 전시의 내용이 잘 와닿지 않고 모호했다. 부모님에게도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시간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전시라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포토존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그러고 나서 나는 니트커넥트 사람들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에 가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를 봤다. 전시는 평이했다. 고양이에 대한 재밌는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들면 고양이를 '살찐이'로 부르기도 한다거나 하는.
상설전시관에서 본 윷점
생각보다 전시가 금방 끝나서 우리는 상설 전시를 보러갔는데 그게 훨씬 더 재미있었다. 한국인의 일생, 한국인의 사계절... 2024년도의 우리 나름의 시선으로 평가하면서 전시를 보다보니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몰랐다. 끝나고 나서 근처 카페에서 음료 한잔씩.
그 다음날엔 밥퍼에 다녀오는걸로 며칠의 여름 휴가가 끝났다. 많이 아쉽고 피곤하고 출근하는게 부담스럽다. 며칠 더 쉬고 싶은데...
8월에 휴가 몇번 더 쓰고 친구도 만나고 니트커넥트 모임같은 것들에 참여해야겠다. 나만의 시간도 좀 보내고 싶다. 마음에 바람이 든 걸까. 공부가 잘 안된다... 또 어디에 갈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