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가 마지막 날이었고 다일공동체 밥퍼에서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휴가를 잘 보냈다는 기분을 낼 겸, 또 아는 분이 오시는 날이라 뵐 겸 다녀왔다.
그저께 뱅크시 전시에서도 보고 왔지만... 나는 아직 소비적인 사람이고 혁명적이진 못한 것 같다. 봉사보단 사진찍기에 바쁜 사람까진 아닌데, 봉사하는 마음의 깊이가 아주 깊은 것도 아니다.
나에겐 아직도 마을에서의 활동이나 이런 봉사가 소비적이다. 그리고 대부분 나의 우울증 치유를 위한 것이다. 상대방을 위한게 아니라...
그렇지만 아무튼 안하는 것보단 하는게 낫다는 마음으로 소비하고 있다.
내가 한 일은 파 썰기, 데친 깻잎 건져내서 짜기, 깻잎 무치기(대용량...), 오뎅 버무리기, 고깃국에서 기름 떠내기, 배식, 테이블 정리(계속 손님이 오셔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했다) 같은 쉬운 일들이었다. 그렇지만 3시간 정도 하고나니 땀도 많이 나고 허리가 아팠다.온몸에 음식 냄새가 밴 것 같아서 오후 출근을 할지 말지도 고민이었다.
느낀건 별건 없었다. 이게 가치있는 일이라는거, 이렇게 휴가를 써서 자주 오긴 어렵겠지만 카드값이 줄어드는 9월부턴 후원을 해야겠다는거. 이 정도.
그 외엔 그냥 식당 서빙과 비슷했다. 어르신들은 이 식당의 손님이었고 나는 주방에서 반찬을 돕고 음식을 전해드렸다. 식사가 끝나면 어르신들은 직접 식기를 반납하셨고 나는 테이블 정리를 했다. 이 부분에선 별로 봉사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내가 특별히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거나 돌봐드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밥이 평화라는 밥퍼의 슬로건에는 100퍼센트 공감했다. 끝날 때쯤엔 나도 많이 배고팠고(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서빙중이라ㅜㅜ) 슬펐다. 자원봉사자들도 같이 음식을 먹는데 나는 출근해야해서 그 전에 나왔다. 푸짐한 밥과 오뎅 볶음이 너무 먹고 싶었다.
*팁: 요리가 처음이신 분들도 크게 어렵진 않고 주방장님이 다 지도해주세요. 요리는 주방장님이 직접 하시고요. 다만 칼질 정도는 대충이라도 할 수 있어야 쓸모있을 것 같아요! 주방은 안전한 편이고, 무거운걸 들거나 하는 일이 많아서 요리 실력보단 일손이 더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