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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라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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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Aug 16. 2024
내가 지원한거긴 한데 이런 건줄은 몰랐다.
집 근처 청년공간에서 청년에 관한 전시를 기획한다고 했고, 나는 문득 (조증이었나...) 요즘 청년들의 우울, 불안이나 일상생활 같은걸 주제로 한 타로카드를 만들어 전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서 지원했다.
물론 만든 작품은 1도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당연히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로컬 크리에이터 모집이라길래 무슨 예술인들의 전시일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망했다...는건 이 두 가지 기대가 모두 틀어졌다는 의미다. 세상에. 전시회 작품 설치는 다음주부터 시작이고 내가 새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명확해진건 이번주 수요일이었다. 그리고 나 빼고는 다들 예술인들이었다... 기죽고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타로 메이저 카드 22장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구상도 없었는데 이번주 일요일까지는 완성해야 인쇄까지 할 수 있다. 거기에 그 카드로 제너럴 리딩 영상까지 찍기로 했다. 망하고 또 망했다:)
내가 정말 조증인지 의심스러운 지점은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 짓을 가끔 하긴 하는데 그걸 다 책임은 진다는 것이다. 조증은 책임 못 질 일을 벌인다고 들었는데 그런건 아니니까...
어쨌든.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그림만 그렸다. 퀄리티는 어차피 며칠을 써도 좋아지지 않을 거니까 편하게 그렸다. 구상하면서 그리려니 힘들었고 10장쯤 넘어가니 토할 것 같았다. 그래도 끝까지 완성하고 잠들었다.
지금은 두 가지 점이 걱정된다. 하나는 진짜 예술하는 분들 옆에 전시하려니 좀 창피하다는거, 다른 하나는 타로카드를 관람객들이 한장씩 가져가게 하는게 계획인데 아무도 가져가고 싶지 않은 퀄리티 같다는거.
에휴.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고 진심을 담았다. 내 경험과 고민을 담은 타로 해설서도 오늘 만들 예정이다. 내가 만든 것을 나만은 예뻐해줘야지. 나에게 좀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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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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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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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경험자입니다. 우울증과 은둔형 외톨이의 삶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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