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나의 여름 주머니'를 완성하고 드디어 소지품들을 넣었다. 물건들이 꽤 많아서 주머니가 빵빵해졌다. 바느질은 서툴고 인도 원단의 올이 풀리고 있지만 서툴면 서툰대로, 실밥이 튀어나오면 튀어나온대로 예쁘다.
그 다음엔 베이킹 클래스에 가서 사브레 쿠키를 만들었다. 오늘 문득 느꼈는데 나는 너무 금방 포기해버리고 주변에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다. 스스로 해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오늘도 반죽을 원통형으로 만들 때 뭔가 잘 안되니까 건너편 사람에게 부탁했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이런건 좀 바꿔야겠다...
사브레를 만드는 세시간 동안은 현실의 생각들이나 우울한 감정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걸 잊고 반죽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회처럼 감동받거나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세계에 눈뜨거나 하는건 없지만, 단순하고 피로도, 몰입도도 높다.
쿠키는 주위 사람들과 나눠먹어야겠다. 나는 초코 사브레를 더 좋아하지만, 내가 만든 것도 꽤 맛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