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장명숙)의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었다. 글이 간결하고 쉽고 대화체로 되어있어서 1시간 정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안의 지혜는 1시간 짜리가 아니지만 말이다.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좋았다.
내가 늙었다고 한다면 좀 웃기겠지만, (아무리 연장시켜도) 더이상 청년이 아닌 나이에 접어들면서 살짝 사춘기를 겪고있던 참이었다. 나이듦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사회에서 어른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신체적으로도 이젠 주름이 훅훅 보이고, 새치도 늘어났다. 생리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통스럽다는 생각보다 10년쯤 지나면 폐경이 오려나, 폐경이 되면 난 어떻게 변화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외모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은데 사람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라 속상하기도 하다.
몸은 아줌마인데 아줌마답지 않은 정신연령도 고민이다. 아직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부모님 집에서 살다보니, 그리고 긴 은둔 생활로 사회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미숙한게 많다. 모르는 것도 많고. 이런 부분도 함께 성숙해져야 할텐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방법을 좀 배운 것 같다. 일단 현재는 열심히 살고, 혼자 자기와 노는 방법도 여러가지 마련해두고, 일상의 루틴을 만들고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누고 비우고 사는 것. 그게 아름답게 나이드는 방법인 것 같다.
지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우는건 아직 배우지 못했지만.
내가 낳은 아이들만 내 아이들인건 아니라는 인식도 멋있었다. 그녀는 특히 아동보호시설이나 해외 빈민국의 아동들에게 후원하는 것 같았는데, 그 아이들은 양손자들이라고 부른다.
내가 미혼으로 남고, 나에게 아이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 자체로 불행하다거나 결핍되었다고 느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왜 남을 의식해야 하냐, 내가 배고플 때 남이 밥주냐며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부분도 재미있었고(그 말들이 통쾌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는 부분도 감명깊었다.
전반적으로 진솔하고 좋은 책이었다.
볕이 따뜻한 카페에서 멘토와 반나절 수다떨며 차 한잔 마시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