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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이상 눈치보지 않기로 했다

네번째 책

by 오렌지나무

노은혜 상담사가 쓴 책이다.


이 책은 이 문장으로 시작하고, 이 문장으로 끝난다.


"네 잘못이 아냐."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이 윌에게 하는 말이다. 어린시절 학대받고 자란 윌의 내면에는 그 가정폭력이 자신의 탓이라고 믿는 어린아이가 있다. 그래서 숀은 그렇게 이야기해준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방향에서 이 말을 생각해보게 됐다.


1. 부모님의 잦은 다툼에 관한 자책


어릴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부모님은 성격차이로 많이 싸우신다. 어릴 때부터 나는 아빠의 기분을 맞춰서 그 화가 엄마에게로 가지 않게 하려고 어려운 책을 읽고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했다. 내 삶 자체가 그랬다.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아빠가 기분이 안좋거나 엄마와 싸우면 그게 내 탓인 것처럼 느꼈다.


나도 윌만큼이나, 이 책의 저자만큼이나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 안에도 아직 상처받고, 그게 상처인줄도 몰랐던 어린아이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떠올리게 됐다. 마음이 아팠다.



2. 우울증과 시험 실패에 대한 자책


우울증에 걸리고 시험에 실패하고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해 나는 그게 내 잘못이라고 99% 확신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나는 무자비했다. 그 실패를 다른 기회로 바꾸느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내 인생을 망쳤다는 자기비난은 너무나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의 나를 아직도 용서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실패로 인해 아빠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 전전긍긍하고, 그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주눅들고 미안해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두가지가 떠올랐고, 둘 다에 대해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해주면서 눈물이 났다. 부모님의 싸움은 그들의 문제지 내 탓이 결코 아니다. 시험의 실패는 하나의 경험일 뿐이고, 더구나 우울증에 걸린건 절대 내 탓이 아니다. 누가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나.


오히려 나는 열심히 살았던 거였는데 나는 너무 당당하게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부분을 일깨워줬다.



이 마음들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 말을 나에게 계속 해주고 싶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 말이 내 마음속에 새겨질 때까지. 몇만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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