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사, 석사, 박사가 다 다른 대학이다. 학사는 (우리 사회에서 다들 그렇듯) 등수대로 갔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직장인이 되면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학교를 선택할 자유를 얻었다. 어디에 가야 할까? 직장인이기 때문에 학교 순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직장인의 경우엔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는지가 학교 레벨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높은 레벨 학교 박사 수료<<<<<<<<<<<어느 학교든 박사 취득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이나 직장과 가까워 다니기 쉬운 곳, 직장 병행을 이해해주는 분위기의 학교를 고르는게 우선인 것 같다.
시간표를 미리 보고 (모르면 야간수업, 주말수업 등이 있는지 행정실에 물어보면 된다) 필수 수업들을 다 들으면서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지를 미리 체크한다. 학교가 직장과 가까우면 연차를 쪼개서 주간수업을 들을수도 있다. 다만 직장과의 병행이 허용되는지는 연구실 분위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교수님에게 연락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지도교수님의 인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도교수님은 대학원에서 아빠/엄마같은 존재이다. 들어온 이후에 더 느끼는 거지만, (과장 아니고 진짜) 지도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졸업 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나한텐 특히 중요한건데,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도 상당부분 지도교수님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지도방식이 안맞거나 인격모독을 하거나 하는 등의 경우엔 우울증이 와서 학교 다니는게 싫고 힘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도교수님과 합이 잘맞는 경우엔 별로이던 전공도 좋아질만큼 연구 생활이 행복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다니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 모교에 좋은 교수님이 계셨다면 그쪽으로 가는걸 권하고 싶다. (석사는 학교에 다니면서 지도교수님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박사는 미리 정하고 컨택해야 한다.)
내 경우엔 다녀보지 않은 학교에 지원했기 때문에 정보가 없었지만, 홈페이지에 있는 교수님 사진을 보고 선택했다. 가장 인상좋고 선해보이는 분으로:) 그리고 (관상이 과학인건지...) 운좋게도 그 선택이 맞아서 너무 편하고 행복하게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
등록금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을 수 있으니 학교 선택시 조금 편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이율도 낮고 상환기간도 길며 소득분위 상관없이 가능하다.) 나는 돈 한푼 없지만 대학원을 결정할 때 등록금은 최하위 순위에 뒀다. 안간다면 모를까 기왕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무사히 졸업하고 학위를 취득하는게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꽤 비싼 곳을 다니고 있지만 등록금이 아깝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학교를 정하고 교수님과 컨택해서 허락을 받았다면, 대학원 입학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쟁률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컨택한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선발이 된다.
대학원 입시(박사과정)를 세번 경험해봤는데 면접에서 공통된 질문은 지도교수님과 컨택했는지 여부였다. (전공지식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컨택을 안하고 지원한 두 군데는 다 불합격이었다. 사전 컨택한 지금의 대학원에만 합격했다.
이상의 대학원 선택 방법은 전공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대학원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각자 자기 분야 대학원에 관해서 잘 알아보는게 중요할 것 같다.
진학하기 전에는 직장과 대학원을 동시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퇴근하고 최대한 빨리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동선을 짜보기도 하고 (학교가는 날은 택시타기 등등) 유연근무제도 알아보고 한 학기에 얼마나 연차를 쓸 수 있는지 계산도 해보고 온갖 고민을 다 했다. 연차가 부족하면 수업을 적게 듣거나 휴학하는 것도 고민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보니 어떻게든 되긴 됐다.
어떤 과목은 지각이 허용되기도 했고, 강의계획서엔 없었지만 어떤 과목은 온라인 수업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고민보단... 정보는 충분히 모으되 일단 저질러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시작하면 어떻게든 다 하게 된다는걸 믿고. (다만 그 '어떻게'가 얼마나 힘든지는 각자의 몫이다...ㅜㅜ)
아예 대학원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모를까...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은 결국 5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결국 진학은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원 전염병이랄까:) 그럴 바에야 한살이라도 젊을 때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