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Jul 14. 2019

불고 또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이야기를 마치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나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지퍼를 목 끝까지 채우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의 여명 속을 달렸다. 

 ‘바람의 계곡’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 사각지대는 평지보다 꺼진 지형으로 바람이 전혀 안부는 맑은 날에도 미세한 바람이 불었다. 

 오토바이가 떠밀려 벽에 부딪힐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이었다.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두려움 속에서 그 순간을 통과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그 때, 몸의 세포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기능했다. 

 숨을 멈추는 것으로 오토바이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집중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 이런 소리가 들렸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 

 ‘바람의 계곡’을 통과했을 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5년간의 새벽 마감 청소를 끝내던 마지막 날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 속을 통과하는 것처럼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던 그 일을 마치던 마지막 날, 문을 잠글 때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마지막 날이니 좀 대충해버린다거나 좀 더 깔끔하게 더 해주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평소와 똑같이 하는 것을 선택했다. 가스밸브와 조명 등을 점검하고 평소와 똑같이 몸을 숙여서 열쇠로 문을 잠그자마자 이런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이겼다.’ 


 폭풍우 속에서 들렸던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말과 마지막 날 문을 잠글 때 들렸던 ‘우리가 이겼다’는 말은 누가 한 것일까? 

 ‘내 안에서 홀연히’ 솟아났다거나 ‘어딘가에서 부터 느닷없이’ 들렸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계셨던 증거로 기억한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어두운 새벽의 공기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숨을 멈춘 채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거룩함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의 하느님, 어디에 계십니까?“ 

 외쳤던 수많은 날들 속에도 항상 함께 계셨던 하느님을 뜨겁게 추억한다. 

 죽을 수도 있었던 바람의 계곡을 수천 번 통과하면서 살아낸 힘으로 소중한 딸을 비롯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좋을 때나 어려울 때도 한결 같이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때로는 하찮게 느껴질 때도, 소용없는 일 같을 때도, 의심하지 말고 삶을 믿고 의지하면서 계속 살아나가라고.   



작고 연약한 자들의 승리를 응원하며.

2019. 여름 예정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