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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05. 2016

룸메이드 이야기

나는 룸메이드가 되었다. 갑자기.


 2015년 크리스마스 즈음 나는 룸메이드가 되었다. 갑자기.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어떤 경우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을 들여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덜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어렵기 하게 되어 오랫동안 열심히 행복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뜻하지 않게 그만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덜컥하게 된 경우도 그렇게 시작했으니 쉽게 그만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시작은 준비 없이 급하게 하게 되었지만 하다 보니 오랫동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시작한 지 한 달 반, 내 인생 마흔네 번째 해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을 해오다가 우연히 하게 된 룸메이드 일이 앞서 열거한 어떤 경우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현재의 성실과 기쁨이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진다는 도의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룸메이드 이야기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은, 

 첫째, 이곳에 와서 보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느낀 많은 것들을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별히 그 대상이 있다면 가장 먼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직접적으로 이 글을 보여주거나 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한 몸으로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대해 '나쁘지는 않지 않느냐.',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는 등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둘째, 요즘 취업난이며 경제 디플레이션이며 어려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의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 는 다소 거창하고 솔직한 목적이 있다.


 셋째, 무엇보다 가장 큰 목적은 동료들과 젊은이들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려면 그 주체인 나 자신이 가장 이 일을 사랑하고 행복해야만 한다는 자명한 사실에 대해 나 또한 그 마음을 늘 맑고 고요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려한다. 

 생각과 의지로는 '당연하지. 요즘 같은 세상에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어?' 하면서도 막상 현장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육체와 감정 노동에 시달리다 퇴근을 하게 되면 틀림없이 녹초가 된 육신과 부유한 감정의 찌꺼기에 파묻혀 그 건강하던 생각은 점점 작아지고 폭식과 잠만을 원하는 돼지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말 것이다. 그러한 상태를 붙들어주고 다시 맑은 육체와 정신을 회복시켜 줄 수단이 글쓰기임을 믿는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스티븐 킹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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