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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05. 2016

청소를 하면서


 마음이 상쾌해짐을 느끼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이지만 요즘 집을 치울 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속 깊고 어두운 방구석에 쌓여 있었던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눈에 띄는 필요한 부분만 대충 치우고 살다가 가끔 돌아보면 후미진 구석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엄청나다. 하나하나 보면서 버릴 것과 아직 가지고 있을 것을 분류한다. 얼마 전만 해도 언젠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보관했던 것도 지금 보면 쓸데없는 물건이라 생각이 되어 버리게 되는 것도 많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죽을 때 아무것도 못 가져갈 것, 당장 생존에 필요한 것 아니면 버려도 되는 걸 알면서도 이것도 추억이고 저것도 필요하고 언젠가는.. 하면서 쌓아두고 있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것처럼 1m씩 확확 뛰어넘으면 될 것인데도 스스로 못 믿고 겁을 내어 겨우 1cm씩 나아가고 있으면서 마음은 날고 싶다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지 않을까.

 상담을 받으면서 처음엔 어떤 두려움도 극복하고 누구보다도 빨리 좋아져 버리겠다는 발심이 솟구쳤다.
내 마음속 깊고 어두운 지하 방에 방치해 둔 쓰레기를 찾아내어 버리는 일이라길래 쓰레기가 든 봉투를 달랑 들어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손을 탈탈 털면 끝일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니 봉투에 담긴 작은 쓰레기가 아니라 산더미 같은 쓰레기였다. 그래도 어차피 시작한 거 마음을 다잡고 하루 종일 치우면 될 줄 알았는데 몇 날 며칠을 치워도 줄어들지도 않는 데다가 악취는 또 얼마나 심한지.


 이를 악물고 이왕시작한 거 끝까지 치웠을 즈음, 이 방 하나가 아니고 옆방에 또 있단다. 그 쓰레기도 산더미 만할지 그건 좀 더 작은 언덕만 할지 다행히 봉투에 든 작은 것일지 그것도 모른다.
또한 그것조차 다 치운다 해도 또 얼마만큼의 방에 얼마큼의 쓰레기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상담 선생님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는 것. 알 수 없다는 것. 어쩌면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모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걸리든 얼마나 힘들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건 묵묵히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버린 게 아니라는 생각에 울컥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묵묵히... 오직 모를 뿐인 것을 오직할뿐이다.

 과거에 방치해 둔 쓰레기를 오늘 치우고 나면 앞으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에 오늘 내 마음을 잘 지키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오늘 또 회피하고 의존해서 내 마음을 제대로 못 지켰다가는 또다시 과거가 될 미래의 어느 날도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처럼 매일 쓰레기만 치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에 사로잡히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서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적게, 가볍게, 밝게, 맑게, 상쾌하게.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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