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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Feb 22. 2021

빨강색 딸기 빙수

-영화 <바다의 뚜껑>

 

 이번에 스톱모션으로 <팥빙수> 작업을 하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 원작의 영화, '바다의 뚜껑'을 보았다. 

 잠깐 내가 하고있는 스톱모션 작업에 대해서 말하자면 종이와 색연필이라는 재료와 소재면에서 어찌보면 아이들 장난 같아 보일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나에게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내가 살아온 삶의 기억들과 경험들, 수많은 자료와 스케치를 통해서 완성하는 진지한 놀이이다. 이 진지한 놀이는 무의식의 캄캄한 영역을 저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시각적인 언어로 의식화 되어 또 다른 위치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바다의 뚜껑' 은 무대디자인을 전공했으나 '그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며 바닷가 작은 마을에 빙수 가게를 차린 주인공 마리가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친구를 만나 서로 치유 되어가는, 단조로운 이야기다.

 손이 많이 가지만 맛있는 당밀 빙수와 이 마을에서 나는 귤 빙수, 에스프레소. 메뉴는 단 세 개뿐, 딸기 빙수를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팔겠다'고 선언하고는 흔들림 없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가고 난 후, 빨강색 딸기 빙수도 파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성장은 내가 안 좋아하는 빨강색 딸기 빙수도 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조롭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잔잔한 가운데 단단한 메시지가 소금기 있는 바닷바람 처럼 기분좋은 여운으로 남는다.


 놀라웠던 감상 하나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직접 가게를 차리는 설정인 '바다의 뚜껑'과 내가 스톱모션으로 기획한 스톱모션키친 미니수퍼와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이 했다면 '저 자가 이 영화를 보고 똑같이 따라한 거구나!'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을 정도로 똑같은 설정이다. 의식한 것은 아니었는데, 무의식에 그 이야기가 남아있었던 것이 반영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 이유로 이번 팥빙수 작업을 하면서 다시금 이 영화를 찾아서 본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음은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시 일부이다.



여름의 끝자락


바다에서 헤엄을 치네

누가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나왔나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바다의 뚜껑을 닫지도 않고 돌아가 버렸네

그 이후로 쭈욱 바다의 뚜껑은 열린채로 있구나



스톱모션에 대해서 말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을 기꺼이 초대한다.

* 미니수퍼스톱모션miniSUPERstopmotio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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