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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Feb 22. 2021

바다를 건너는 법

-영화 <행복한 사전>감상문

 영화 <행복한 사전>은 사라지는 것들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마지메(우리 말로 '성실')'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영업부 직원으로 이름처럼 성실은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되어 왕따를 당하는 답답한 인물이다. 그런 마지메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인기 없는 부서인 편집부 빈 자리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지루하고 힘든 사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일에만 집중하는 마지메는 동료들과 소통하는 데에는 쑥맥 같은 모습을 보인다. 너무 말이 없거나 또는 그런 자신을 의식해서 너무 불쑥 다가가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만든다. 급기야 마지메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말을 고백처럼 한다. 그때 동료가 해주는 말이다.
”다른 사람 마음이야 모르는 게 당연하지. 모르니까 상태한테 관심도 생기는 거고, 모르니까 대화를 하는 거잖아. 말을 이용해봐. 좀 더 수다스러워져 보라고.“

 "말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한다는 건 누군가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이어지고 싶다는 소망은 아닐까요?“
 세상과 단절된 듯한 분위기의 마지메는 편집 부장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자신이 말에 대해 민감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몰입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이 평생 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마지메가 10년간 묵고 있는 하숙집 할머니는 마지메가 사전 편집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격려해 준다.
”젊은 나이에 평생 할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미츠야는 행복한거야. 이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잖아.“
잠에서 덜 깨어난 듯한 마지메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새겨듣고 어설프지만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다가온 일을 마주하고 풀이해가며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숙집 할머니의 손녀 딸 카구야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사건의 발생으로 잠들어있던 마지메의 언어 감각은 깨어나기 시작한다.
마지메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알게 된 편집부 직원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지메에게 맡기게 되고, 마지메는 카구야를 떠올리면서 '사랑'을 정의해 낸다.
'*사랑 :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나 깨나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며 몸부림치고 싶어지는 마음의 상태. 이루어지게 되면 하늘에라도 오를듯한 기분이 된다.'

 마지메를 포함한 편집부에서 15년간 공들여 만든 사전의 이름은 ‘대도해’이다.

 ”단어의 바다는 끝없이 넓지요. 사전은 그 너른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
인간은 사전이라는 배로 바다를 건너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 줄 말을 찾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단어를 발견하는 기적,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광대한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전, 그것이 바로 대도해입니다."


 ‘단어’라는 바다에서 ‘사전’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이고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편집 부장의 말이다.
 요약이 잘 된 이 대사를 곰곰이 들여다보면서 내가 건너야 할 ‘바다’와 그 바다를 건너게 해 줄 나의 ‘배’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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