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쿠바에 대한 환상의 키워드는 헤밍웨이, 모히또, 영화<치코와 리타>, 의료와 교육이 전면 무상으로 실현된 세계 유일의 국가, 체 게베라, 혁명, 자유, 살사댄스, 거리 버스킹, 예술... 이런거야."
"좋은거 밖에 없네. 하지만 그건 니 말대로 환상이고, 실제로 여행하거나 살아보면 안 좋은 점도 많을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그래도 작은 관심과 반짝임에 이끌림이 없이는 무엇도 시작할 수 없잖아.
내가 알바할 때 만났던 애가 있었는데, 그때 엄청 더운 여름에 땀이 뚝뚝 떨어질 만큼 힘든 육체 노동 일이었어. 그 애는 몸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살이 쪄 있었지. 미안한 말이지만 무더운 여름에 그 애가 뒤뚱뒤뚱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체온이 1도 더 올라가는 기분이었어. 난 그애가 살 빼려고 이런 일을 하나 혼자 생각했지. 어느 날, 잠깐 쉬는 틈에 물어봤어. 힘들지? 이렇게 힘든데 이 일 왜 해? 그러니까 그 애가 한 말이 너무 쇼킹 했어."
"뭐라고 했는데?"
"아프리카 가려고요. 바오밥 나무를 보고 싶어서요."
"와~!"
"난 아직도 가끔씩 그 애가 아프리카에 갔는지, 가서 보고싶다던 바오밥 나무를 보았는지 궁금해져. 만약 정말로 힘든 육체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면 그 애의 인생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아프리카, 나의 바오밥 나무를 생각했지. 그래서 찾아낸 것이 쿠바야. 현실이 힘들 때 마다 나는 쿠바를 꿈 꿔. 내가 정말로 갈 수 있을지, 말로만 하고 말지 확신이 없는 단계지만, 희미한 반짝임을 점차 선명한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만큼 확실한 행복은 없다고 믿으니까."
"나도 너 덕분에 쿠바에 대한 새로운 바람이 드는 것 같아."
"내가 먼저 가서 내 호텔방 호수 찍어보낼게. 헤밍웨이 처럼 7년 까지는 안 되더라도 몇 주라도 있을테니까...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