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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May 08. 2021

코코모 칵테일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는 곳

"난 쿠바에 갈거야."

"쿠바? 쿠바 공산국가 아니야?"

"맞아. 내가 가고 싶은 쿠바는 헤밍웨이가  7년 동안 아바나에 있는 호텔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좋아하는 모히또를 마시면서, 글을 쓴 쿠바야."

"전에 너 베르나르 베르베르 따라잡기 놀이하더니, 이번엔 헤밍웨이 따라잡기 놀이하는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작가 놀이 하다가 노벨상 타는거 아냐?"

"그럼 좋고, 아니라도 좋지."

"내가 가지고 있는 쿠바에 대한 환상의 키워드는 헤밍웨이, 모히또, 영화<치코와 리타>, 의료와 교육이 전면 무상으로 실현된 세계 유일의 국가, 체 게베라, 혁명, 자유, 살사댄스, 거리 버스킹, 예술... 이런거야."

"좋은거 밖에 없네. 하지만 그건 니 말대로 환상이고, 실제로 여행하거나 살아보면 안 좋은 점도 많을거야."

"당연히 그렇지. 그래도 작은 관심과 반짝임에 이끌림이 없이는 무엇도 시작할 수 없잖아.

내가 알바할 때 만났던 애가 있었는데, 그때 엄청 더운 여름에 땀이 뚝뚝 떨어질 만큼 힘든 육체 노동 일이었어. 그 애는 몸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살이 쪄 있었지. 미안한 말이지만 무더운 여름에 그 애가 뒤뚱뒤뚱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 막고 체온이 1도 더 올라가는 기분이었어. 난 그애가 살 빼려고 이런 일을 하나 혼자 생각했지. 어느 날, 잠깐 쉬는 틈에 물어봤어. 힘들지? 이렇게 힘든데 이 일 왜 해? 그러니까 그 애가 한 말이 너무 쇼킹 했어."

"뭐라고 했는데?"

"아프리카 가려고요. 바오밥 나무를 보고 싶어서요."

"와~!"

"난 아직도 가끔씩 그 애가 아프리카에 갔는지, 가서 보고싶다던 바오밥 나무를 보았는지 궁금해져. 만약 정말로 힘든 육체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면 그 애의 인생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아프리카, 나의 바오밥 나무를 생각했지. 그래서 찾아낸 것이 쿠바야. 현실이 힘들 때 마다 나는 쿠바를 꿈 꿔. 내가 정말로 갈 수 있을지, 말로만 하고 말지 확신이 없는 단계지만, 희미한 반짝임을 점차 선명한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만큼 확실한 행복은 없다고 믿으니까."

"나도 너 덕분에 쿠바에 대한 새로운 바람이 드는 것 같아."

"내가 먼저 가서 내 호텔방 호수 찍어보낼게. 헤밍웨이 처럼 7년 까지는 안 되더라도 몇 주라도 있을테니까... 와."

"그게 가능할까?"

"가능성이 적은 것을 꿈꾸는 건 적어도 살아갈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돼."

"말레콘 비치에서 모히또 마시고?"

"살사도 배우고..."

"재미있겠다."

"인생이 달라지겠지..."


 ‘아루바, 자메이카, 당신을 데려가고 싶어요

버뮤다, 바하마, 이리와요 그대여 키라고, 자메이카의 몬테고에 갑시다

플로리다 키를 벗어나 코코모라는 곳이 있어요

당신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죠

일상을 떠나서 모래사장에 몸을 맡기고

열대 음료는 당신의 손에 녹아들고

우리는 사랑에 빠질 거예요'

-Beach Boys, Kok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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