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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May 12. 2021

행복한 거짓말과 아픈 진실

-영화, <거짓말의 발명> 후기

 영화, <거짓말의 발명>은 거짓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상상계를 배경으로 출발한다.

 매사를 숨김이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말한다는 것에 대한 의외의 당혹스러운 장면들이 속출한다.

 회사에 결근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 오늘 출근 안 해요. 아뇨. 안 아파요. 그냥 가기 싫어요.” 뚝!

 아기를 본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기가 정말 못생겼네요. 쥐새끼 같아요.”

 이런 사람도 있다.

 “와우! 방금 내 평생 최고로 큰 덩어리를 쌌어요. 주문하시겠어요?”

 이 여자는 웨이트리스였다.

 이 영화에서 상상하는 코카콜라 광고는 이런 식이다.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성분은 그냥 설탕 물이죠. 용기가 좀 달라졌는데, 곰이 들어가서 아이들이 좋아하지요. 달군요. 그래도 계속 사 주세요.”

 펩시콜라 광도는 이렇다.

 “코카콜라가 없을 때 찾아주세요.”

 남녀의 대화는 낭만이라고는 없다.

 “당신은 너무 뚱뚱하고 유전자가 별로라서 자고 싶지 않네요.”

 주인공 남자, 마크는 뚱뚱하고 모아논 재산도 없는데다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하는 40대 솔로다. 월세조차 없어서 남아있는 통장 잔고로 이삿짐 차를 불러서 당장 쫓겨나야 할 신세에 처한 실패자인 마크는 잔고를 찾으로 은행에 간다.

 은행 시스템이 다운 되어서 현금으로 준다고 하자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작동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이란 것을 최초로 시도하게 된다. 잔고인 300달러 대신 월세인 800달러라고 말하게 되고, 마침 시스템이 복구되어 은행 직원이 확인을 하지만, 거짓말이 없는 세상인지라 은행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손님이 800달러라고 하셨는데 잔고는 300달러가 확인되네요.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말씀하신대로 800달러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 가능한 일이었고, 마크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으면서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말만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세상 이치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사실이 아닌, 그 상황에 필요한 말들, 말하자면 하얀 거짓말을 소근대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절망적인 노인들을 위한 서글픈 장소인 양로원에 있는 우울한 노인들에게 거짓말로 위안과 희망을 준다든가, 너무나 정직한 말로 사이가 안 좋아져 있는 커플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이면 그들이 다시 가까워진다든가, 매일 자살 방법을 검색하고 시도하는 이웃에게 하얀 거짓말의 희망을 주는 것으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임종을 맞이하는 어머니가 영원한 허무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았을 때, 마크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죽음에 대해, 사후 세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후 세계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어머니가 생각하는 제일 좋은 장소,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요. 저택에서 살게 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되요.”

 어머니는 아들의 진실된 거짓말 덕분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인생 최애 영화 중 하나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여섯살 짜리 아들에게 전쟁 놀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죽음의 장소로 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두 거짓말의 공통점은  어린 아들과 연로한 어머니, 심신미약자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로써의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마크의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어머니의 두려움을 위해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였기에 이런 반응에 잠깐 당황하고 갈등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서 글을 쓰게 된다. 사람들에게 영원한 행복을 꿈꾸게 하는 작품이 성공하면서 뚱보 실패자는 성공한 작가로서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열게 된다. 그리고 진실하고 용감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희망찬 코믹 멜로 드라마다.

 살다보면 때때로 행복한 거짓말 아픈 진실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있는데, 이 영화는 인간의 그런 심리를 드라마틱하게 끄집어내서 유쾌, 상쾌, 통쾌하게 보여준다.

 진실의 아픔을 수용할 때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가진 인간으로 성숙하고, 거짓말의 배려와 행복을 과하지 않은 조미료처럼 잘 이용할 때 너무 무겁지 않은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재치와 매력의 언변과 태도가 인품을 결정짓지 않을까?

 하얀 거짓말에 대해 생각하다가 거짓말 아닌 거짓말로 자주 행복감을 주었던 옛 남자 친구의 기억이 떠올랐다. 통통하면 귀엽고 날씬하면 시해서 어떤 상태라도 다 좋다든가, 뭐 그런 훈훈한 거짓말로 늘 안전지대를 만드는 재기발랄한 언어감각의 사랑꾼이 그리운 시절이다.

 황당하고 예의없는 거짓말로 아프게 찔러대고, 다가오지 못하게 밀쳐내고, 논리적이기만 하고 너무 딱딱해서 부러질 것 같은 태도로 관계를 망치고 있는건 아닐까?혀의 반성이다

 길지 않은 캐주얼함, 그러나 지혜로운 관계에 대해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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