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은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다. 이 책의 저자 조 디스펜자 박사의 이력은 이 책을 읽는 몰입도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한다. 저자는 청년 시절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스포츠 의학 대학을 3학기나 일찍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저자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 앞에 펼쳐진 인생은 맛있는 것은 무엇이든 고를 수 있는 잘 차려진 식탁과 같았다고 한다. 그랬던 저자는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뇌의 놀라운 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 "어떤 사건"이란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해서 사이클을 하던 도중 척추를 다치는 큰 사고였다. '다발성척추압박골절'을 입은 그에게 의사들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의사인 그는 큰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의사가 아니었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그 수술을 할 경우, 나머지 인생을 통증과 약에 찌들어 살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는 카이로프랙틱을 가르치는 대학에 다녀서 그 학문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무술 수련을 해와서 자신의 등뼈가 매우 유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학 시절과 카이로프랙틱을 공부하는 동안 매일 세 시간 동안 요가를 했다는 사실을 떠 올렸다. '등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믿은 그는 인생을 건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척추 전문가로서 자신을 실험대에 올리고 이미 모든 답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인간에게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카이로프랙틱의 철학이며 우리가 할 일은 몸의 자연회복력이 작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환자를 전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보고 신체 병변 부위에만 치중하는 치료가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인 부분까지 관찰하여 조화를 이루게 하는 대체의학자들인 전인의학자들은 인간의 자연회복력이 중뇌와 피질하부 하위 영역으로부터 나와 중추신경계 전반에 걸쳐 활동하며 이러한 활동이 매일같이 일어나 우리를 치료한다고 한다. 자연회복력은 몸이 하는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아주 자연스러워 우리가 알아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의사이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고 좋은 신체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의 문제로 모험을 하는 데에는 큰 용기와 현실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확신했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되새겼으며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자신 안의 힘이 스스로를 치료해 줄 거라고 믿었다. "몸을 창조한 힘이 몸을 치료한다"는 카이로프랙틱 의사들이 하는 말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두려움과 의심도 버렸다. 완벽한 회복을 위해서 계획을 짰다. 음식은 생식으로 조금만 먹었다. 이유는 소화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고 생식에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비축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한 시간씩 자기 최면과 명상을 했다. 완전히 치료된 모습과 완벽해진 척추를 상상했다. 마음속으로 척추 뼈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완벽한 척추를 만들어나갔다. 그러한 시각화의 노력은 치유활동을 하고 있는 몸에 보다 큰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한다. 조 디스펜자 박사는 이렇게 자신의 몸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노력으로 사고 이전보다 더 튼튼한 척추를 가지게 되었고 이 놀라운 경험들을 과학적인 지식으로 무장해서 세상에 알리는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 모든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애초의 나의 목적이었던 '양자와 미술'을 잠깐 잊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마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게 양자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읽는 동안 과학이라는 느낌을 받지도 않았다. 이 책은 '교육과학기술부인증우수과학도서'라고 인쇄되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음의 힘을 과학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의 뇌는 신경망을 통해 몸, 마음, 정신 모두를 다스리고 우리의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통해 몸의 질병, 부정적인 감정과 에너지, 잘못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와 같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은 변화의 양자 확률 가운데서 스스로를 선택함으로써 현실이 된다. 자신의 말과 선택과 믿음으로 신경망을 선택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새로운 상태의 나를 선택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매 순간 양자 선택의 힘으로 변화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 과학이다.
양자와 예술 강연을 들을 때의 내 모습을 복기해 본다. 강연의 도입부에서 사용한 '초학제와 노마드' 개념을 말할 때, '루크리테우스의 클리나멘' 개념을 언급할 때, 최근에 내가 읽고 쓴 글이라 반가웠고 자신감이 올라왔다. 칸딘스키, 자코메티와 같은 예술가와 프로이트를 언급할 때도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이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다가 고전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비트에서 양자 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큐비트 개념을 설명하고, 닐스 보어의 원자, 양자 얽힘, 양자 카오스 개념이 나오자 내 머릿 속도 자신감과 질서가 무너지고 카오스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집중력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다시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주시하고 필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상태의 나와 모른다고 생각할 때의 내 상태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선입견을 버리고 계속 가보는 것이 탐험력이고 그런 탐험력이 고전 카오스에서 양자 카오스의 세계로 데려다준다는 깨달음이 왔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분자 수준의 특정 규모 이상으로 작아지면 그 이전까지 존재하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된다. 다른 차원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질서와 다르다고 해서 도망가면 새로운 차원의 여행은 할 수가 없다. 보다 더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고 이상한,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그곳에 가능성이 있다.
양자와 예술 강연을 들으러 가는 아침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맛있는 빵과 따끈한 커피를 사서 모처럼 탄 아침의 기차, 그 출발의 설렘을 생각한다.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어둑해진 밤길 속에서 과학 용어들을 복기하며 자신감이 하락했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매 순간의 양자를 선택하는 내가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은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아름다운 도박이다.
12월의 첫 토요일 아침, 조 디스펜자 박사가 절망 속에서 척추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 올린 것처럼 척추를 꼿꼿하게 펴고 바르게 서는 것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움츠리지 말고, 기죽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바르게 서고, 바르게 걷고, 어제 하던 일을 계속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한다.
예술도 과학도 건강한 척추와 뇌로부터 시작한다. 예술과 과학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에 있다.
궁극적인 형태의 사랑은 당신 각자를 통해서 계속 나아가려는 그 자신인 생명을 허용하시는 하느님의 열망이다.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하느님이 당신들 각자에게 부여한 자유의지이다. 그러한 의지를 행사함으로써 당신은 생각의 여러 차원을 탐구하고 자신을 위대함으로 확장하며, 그것이 신의 마음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