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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상황을 헤쳐나가는 도구

-생생한 감정의 힘은 기억을 강화한다

by 오렌


<That Korean Girl 돌돌콩> 채널에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의 저자, 안토니오 자드라,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가 출연해서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하버드 의대 교수가 알려주는 뇌과학적 꿈 해석법>이 올라왔다. 내가 십여 년간 실천해오고 있는 꿈 작업 방법과 동일한 NEXT UP방식(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한 네트워크 탐색)을 접하고 고무되었던 바, 저자들이 직접 출연한 영상이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z0z49ptfDs


꿈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우리 뇌는 어제의 미해결 된 감정적 사건을 꿈의 소재로 삼아 과거의 모든 관련된 기억을 찾아내려고 한다. 뇌는 어떤 기억이 더 유용한지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기억들을 더 깊이 헤짚으며 약한 연관성이 있는 기억까지 꺼내어 이야기를 만든다. 뇌는 최선을 다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한 것이다.


현실의 우리가 상황을 헤쳐감에 있어서 취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기 개발서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도 정작 조금이라도 황당하거나 무모한 의견에 있어서는 쉽게 허용하지 못한다. 그런 주저함을 프로이트 용어로 초자아 검열이라고 한다. 꿈에서 경찰이나 성직자, 교사 또는 주변의 도덕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이미지는 자신의 초자아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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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아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초자아는 경주마의 고삐와 같다. 말을 잘 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삐를 느슨하게 잡아야 하고, 내리막이나 말이 너무 빨리 내달릴 때는 고삐를 짧게 잡아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때의 말을 초자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욕망이라고 한다. 욕망 역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욕망을 향하는 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이나 관계 등 주변의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목표를 향해 적절한 속도로 잘 달리도록 말과 고삐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말에 탄 기수의 역할이다. 기수를 자아라고 한다. 판단력과 유연성이 좋은 자아, 강도와 탄성이 좋은 자아가 건강한 자아다.


현실에서 초자아 검열이 없다면, 꿈처럼 경계 없이 황당무계한 모든 약한 가능성이 다 실현된다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꿈이라면 가능하고 꿈은 모든 가능성이 허용되는 세계다. 모르는 사람과 침대 위에 있고, 호랑이를 키우고, 달나라 여행 준비에 바쁘다. 현실에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약한 가능성들이 펼쳐지는 꿈의 세계의 중요성은 생생한 감정에 있다. 강렬한 이미지와 경험의 꿈을 꾸고 깨어나면 그 감정은 실제처럼 매우 생생하다. 생생한 감정은 기억을 활성화시키고 강화한다. 단편적인 지식들의 상관관계를 연결시키고 이미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삶에서 얻은 경험들과 정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관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준다.


생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꿈의 힘은 행동의 연료가 된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꿈의 느낌은 현실의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확고한 신념으로 작용한다. 부정적이고 암울한 느낌의 꿈이 문제다. 이런 꿈을 꾸었을 때, 과거의 꿈 이론으로 해석을 할 경우, 꿈이 답을 알고 제시하는 것 같이 여기면서 몸조심한다든가, 더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뇌는 봉착한 난관, 미해결 된 감정,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갈등, 지금 겪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모든 기억과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뇌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뿐이다. 모든 다양한 꿈의 가능성과 제안, 의견을 수렴하고 스스로 균형을 잡고 선택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자아가 맑고 강해지는 트레이닝도 된다.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것 자체, 판단력 자체가 자아의 기능이고, 매일 꾸는 꿈으로부터 제안받은 수많은 가능성을 매일 판단하는 과정은 또 하나의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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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일종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도구다.

개인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는 도구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꿈, 공부, 운동이다. 꿈은 무의식을, 공부는 의식을, 운동은 이 두 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 자연스럽게 정보가 축적되지만 노인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에는 두 유형이 있다. 지혜로운 노인과 지혜롭지 못한 노인이다. 최근에 다른 글에서 최후의 자유로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보행의 자유'를 말한 적이 있다. 돌봄 요구를 하지 않을 건강을 포함해서 지혜롭게 늙어가는 것은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지혜란 삶에서 축적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것이다."
노년의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의 말이다.




Notice

<조금은 특별한 나의 꿈 이야기>가 목요일 주1회 연재에서 화.목.토 주3회 연재로 확대 편성되었습니다.

12월 9일. 토요일에 7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세 가지 키워드, 꿈. 신화. 예술>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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