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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세 가지 키워드, 꿈. 신화. 예술

-비합리. 비이성적인 잠재의식의 형상화

by 오렌


발굴하지 않은 정신의 광맥에 갈고닦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원석이 무궁무진하다면, 그것을 캐낼 수만 있다면...... 미개발된 잠재력의 보고인 무의식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무의식을 의식화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전문적인 꿈 분석 작업을 말하지만 이 글에서는 정신분석이나 전문적인 학문의 깊이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일상 속에서 우리 안에 잠들어있는 무의식을 깨워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려고 한다. 바로 꿈. 신화. 예술을 통해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언어와 이미지 등으로 표현해 놓은 심리학, 신화,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고 상상력을 이끌어내어 무의식을 활성화할 수 있다. 각각의 영역이 방대하므로 꿈은 칼 융의 원형을(이부영 교수님의 <분석심리학>을 참고해서), 신화는 미르치아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와 조지프 캠벨 <신화와 인생>을, 예술은 초현실주의 미술을 빌려와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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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다양한 속성 가운데 칼 융이 제창한 분석심리학의 개념인 원형(archetype)으로 무의식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이상형이나 배우, 존경하는 인물 등을 멘토 삼아 따라 하거나 배우려고 노력함으로써 성장하고 실제로 닮아가듯이, 무의식 속 원형을 의식하고 반복적으로 마음에 작용하면 패턴화 된 상이 생기게 된다. 원형은 꿈의 이미지, 상징을 낳는 근원이 되는 존재를 말한다. 칼 융의 원형 이미지는 작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 태초의 기억으로 신화적이다.

원형은 일생에 한두 번 꾸는 충격적인 꿈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정신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여러 조건들이다.
원형은 단순한 지적인 개념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원형은 인간이면 누구의 정신에나 존재하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이며 근원적인 핵이다.
원형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부여되어 있는 인간의 선험적 조건이며,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부영, <분석심리학>(115쪽)


자아(ego)는 의식 속의 유일한 원형으로 의식의 중심, 인식의 주체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미지를 '자아상'이라고 한다.


그림자는 자아를 보완하는 작용을 하는 원형으로 긍정적인 그림자와 부정적인 그림자가 있다. 자신의 익숙하지 않고 어두운 면, 부정적인 욕망, 혐오감정, 감추고 싶은 측면이다. 그런 면을 갖게 된 데는 성장과정에서 결핍이나 박탈의 원인이 있다. 이를 잘 수용해서 통합할 때, 그림자가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시대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말로 타인에게 보이는 외적인 인격 즉, 교수, 의사, 상인, 학생 등 직업이나 하는 일에 따른 정체성을 말한다. 배우가 역할을 맡을 때만 극 중의 인물이고 연극이 끝나면 자신으로 돌아오듯이, 글을 쓸 때는 작가, 택시를 탈 때는 손님, 운전을 할 때는 운전 기사 하는 일에 따라 페르소나는 끊임없이 변한다. '페르소나는 실상이 아닌 가상으로, 개인과 사회가 '어떤 사람이 무엇으로 보이는 것'에 대하여 서로 타협하여 얻은 결과이다. 엄밀히 말해서 페르소나는 참다운 것이 아니다.'(96쪽) 자아가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은 이에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페르소나를 활용할 수 있다.


'융의 표현대로, 개성화를 위해서는, 즉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다양한 역할의 가면을 언제, 어떻게 쓰고 벗을지 알아야 한다. 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중심을 찾아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과 해로운 것을 통제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고정된 역할의 일반적인 가면무도회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지프 캠벨, <신화와 인생> (106쪽)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의 원형이고,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의 원형이다. 인자한 할머니로 나타나는 대모 원형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대지의 어머니로서 생명적 원리를 나타내며,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늙은 현자 원형은 이성적인 지혜의 원리를 나타낸다.

'훌륭한 사람의 일생을 보게 되면 대개 그 뒤에서 그를 인도한 유명, 무명의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맹자의 어머니, 가깝게는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 그녀들은 아니마 원형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주인공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베아트리체는 그러한 존재이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그러한 요소를 우리는 아니무스, 아니마 원형에서 발견한다. 우리가 이러한 원형과 더불어 친숙해지고 동시에 그 영향에 맹목적으로 자기를 맡길 필요가 없어졌을 때, 우리는 자기실현의 가장 큰 난관을 통과하게 된다.'

-이부영 <분석심리학> (113쪽)


'자기(self) 원형은 그 사람으로 햐여금 그 사람 자신이 되게끔 하는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근원적 가능성으로,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한 마음 전체의 중심을 말한다. (135쪽) 삶의 모든 과정을 통합하는 과정을 흔히 자아실현이라고 하는데, 융적인 입장에서 말하면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한 '자기실현'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자기실현은 자기 원형의 가능성을 자아의식이 받아들여 실천해 옮기는 능동적인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자아의 결단과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며 이것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무의식과 의식의 합일이 가능해진다. 자기 원형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상징을 보내서 자아로 하여금 전체로서의 생을 발휘하도록 촉구한다. 때로는 저절로 의식에 충격을 가하여 창조적인 인격의 변환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실현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 하는 데는 대부분 각 개인의 자아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결국 모든 삶은 전체의 실현, 즉 자아의 실현이다. 때문에 그 현실을 '개성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삶은 그것을 실현하는 각각의 운반자에 매여 있으며, 운반자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운반자는 개별적인 운명과 목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했을 때에야 비로소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칼 융

-조지프 캠벨, <신화와 인생>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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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신화란 19세기의 일상언어에서 현실에 반하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사는 줄루족은 창조된 인간의 계보를 제시하는 <신통기>와 달리, 창조되지 않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신화'라고 했다. 어떤 사회에서는 신화가 '절대적 진실'을 표현한 것처럼 간주되었는데, 신화는 '성스러운 이야기' 즉 원초의 성스러운 시간에 인간 저편에서 온 계시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재와 성을 나타내는 신화는 범례가 되고 그 범례는 반복된다. 그것은 모든 인간행위의 모델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다. 신화는 태초로부터 생겨났고 인간행위의 모델로 사용되는 진실한 역사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17-18쪽)


'현대인에게 모든 '태초의' 개인적인 경험은 어린 시절의 경험뿐이다. 영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를 야기했던 사건을 다시 살게 하고 과감하게 맞서기 위해 되돌아가야만 하는 때는 바로 어린 시절이다.'

'태초의 '타락'도 없고 '단절'도 없으며 다만 우리가 오늘날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를 구성했던 무한한 사건들이 있을 뿐이다.'


엘리아데는 칼 융이 말하는 원형의 세계를 플라톤 학파의 이데아의 세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원형은 보편적이며 개인의 역사적인 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종족의 시간, 즉 유기적인 생명에 참여한다. 우리는 신화적인 과거로부터 태초 이후에 이루어졌던 일을 추적하면서 보편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본질은 인간의 현실 조건을 선행한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결정적인 행위는 우리 이전에 그리고 우리들 부모 이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정적인 행위는 신화에 나오는 조상(유대-그리스도교의 문맥에서는 아담)이 범한 사건이었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56-58쪽)


'새로운 신화는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그 '주관적 의미'에서 보자면 오래되고, 영원하고, 끊임없는 신화이며, 기억되는 과거나 투사되는 미래의 견지에서가 아니라 현재의 견지에서 시적으로 갱신되는 신화이다. 이는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즉 특정한 '민족들'의 아첨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지식을 각성할 수 있게 호소하는 신화인 것이다. 즉 개인이 스스로를 이 아름다운 행성 표면의 특정한 장소를 얻기 위해 싸우는 자아로서뿐만 아니라 거대한 정신-각가 자기 나름대로, 모두와 (경계 없이) 하나가 되어-의 중심으로서 각성하도록 호소하는 신화인 것이다.

-조지프 캠벨, <신화와 인생> (427쪽)



예술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받아 비이성적, 비합리적인 꿈의 세계를 탐구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한 예술운동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화가란 자신의 내면에서 보이는 것을 뚜렷한 윤곽으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무의식, 꿈, 환상의 세계를 탐색하며 수많은 상상을 이끌어낸다. 초현실주의 작품은 이전의 전통적인 예술의 미학적 관점에 반기를 든 사조로 아름답지만은 않다. 충격과 공포, 기이함, 난해함, 불쾌함, 착시 효과 등으로 환상적인 꿈과 욕망의 세계를 그려내어 관람자에 따라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갖도록 한다.

우리의 내적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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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건축물로 일관된 도시에 들어선 꿈의 이미지처럼 곡선으로 만들어진 빌딩들, 로알드 달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가로 세로 엘리베이터가 *실제로 제작된 사례 등 무의식의 이미지들을 탐구해서 형상화한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과학이 진보하고 세계는 더 연결되고 흥미롭고 풍성해진다.

*독일의 철강기술기업 티센크루프는 케이블 대신 자석의 힘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자기 부상 원리를 이용해 수직과 수평 이동이 가능한 엘리베이터 시스템 '멀티'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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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목요일에 9화. <의식을 무식화하는 세 가지 키워드, 고강도, 몰입, 확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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