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존재하기 위한 글쓰기
지진과 핵과 테러와 태풍과 지카와 콜레라와... 뉴스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수위가 높다.
지진이 났을 때 긴급재난문자가 안전에 유의하라고 들어온 것에 회의를 느낀 사람이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없고 유의하라니.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떠올린 것처럼 국가도 이웃도 누구도 재난 앞에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뮬레이션한 듯했다. 현실을 제대로 연습한 것 같았다.
나는 집에 있다가 지진이 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구체적인 동작을 상상해 보았다. 식탁 밑으로 들어간다든가 혹시 고립될 정도의 붕괴가 될 것 같으면 욕실로 들어간다든가 그전에 건물 밖으로 탈출한다든가, 지갑과 핸드폰은 꼭 챙겨야 할 거고.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여분의 오토바이 헬맷을 침대 근처에 가져다 두었다. 가장 중요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근에 본 영화 터널이 생각났고, 끝까지 살기 위해 분투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정말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소란스럽게 절규하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하늘의 뜻인 줄 알고 평온하게 그 순간을 맞기를 바란다. 영화 해운대에서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면서.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순간의 몸의 변화들, 호흡 하나하나를 관찰하면서. 그 여정 또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죽음을 생각해 보는 건 사는 것을 더 분명하게 해 준다.
후회가 적은 삶,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 지금 여기가 더욱 온전한 하루. 그래!
-좀 더 자연스러워진 다섯 번째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