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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r 28. 2024

칭찬하지 않는 교육


그림을 그리다가 발도르프 교사교육을 받을 때의 일화가 떠올랐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술 교육을 가르치시는 마틴 선생님 시간이었고, 그날은 사각 크레용으로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기둥 형태로 된 크레용만 사용해 본 사람들은 사각 크레용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서 힘들어했다. 


사각 크레용의 직육면체 한 면의 전체가 도화지에 밀착이 되어야 깨끗하게 그려지는데, 처음 사용하는 경우, 손에 들어가는 힘이 균일하지 않아서 면으로 칠해지지 않고 선으로 그려져서 마음먹은 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쉬울 것 같았던 게 마음대로 안되자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제대로 그려보려고 애를 쓰다 보니 속도도 느렸다.


나는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사각 크레용으로 그림을 많이 그려봐서 익숙해져 있었고, 따라서 그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눈에 띄게 잘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당시에 그림으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고, 마틴 선생님은 논문 지도 교수이기도 해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약간 들뜬 기분이었다. 

쓱쓱 잘 그려지는 사각 크레용의 질감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마틴 선생님은 책상 사이를 천천히 걸어 다니시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가끔 멈춰 섰다. 그러다가 내 자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셨다. 다른 사람들은 반도 안 그린 상태에서 거의 완성을 한 나는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으쓱한 기분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많이 그려봤구나."

그 말을 듣고 나는 왠지 실망스러웠다.

무슨 말씀을 기대했던 걸까? 

그 순간의 나는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있는 교사가 아니라 진짜 유치원생이 되어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부끄러운 생각이 밀려왔다.


다음 날, 마틴 선생님은 미술 이론 수업에서 한번 더 확실하게 설명해 주셨다. 

무언가 잘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못하는 아이는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아이는 왜 잘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못하는 아이는 왜 못하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그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말이다.

이후에 논문 발표를 했을 때도 칭찬은 해주지 않으셨다. 대신 '느낌이 좋다'. '계속 하라'고 하셨다.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다. 그 귀한 배움들을 기억하면서 내 작업을 하고 있다. 

잘 된다고 좋아하고 낙관하지 않고, 잘 안된다고 절망하고 비관하지 않고, 왜 잘 되는지, 왜 안 되는지 생각해 본다. 이것이 나를 사랑하고 성장시키는 자기 교육이라고 믿으며. 

좋은 느낌을 믿고, 계속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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