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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r 24. 2024

생각의 연습


조금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나는 불행의 이유가 있다면 생각을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몹시 괴로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스스로에 대해 엄격할 수 있었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생각하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도 몸의 근육과 같다는 것을 말이다. 



뇌도 근육으로 되어 있어 사용하는 부위는 자극이 되어서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퇴화되고 감소한다. 생각에 대해서 한참 생각할 때 최진석 교수의 생각에 대한 책과 강의를 많이 읽고 들었다. 핵심은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에 쓴 글 <독서는 힘들다>에서 같은 내용이라면 책을 읽지 않고 영상으로 요약해놓은 내용이나 영화로 보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같은 맥락이다. 영상 매체로 요약해 놓은 것은 책을 읽는 것보다 쉽고 편하게 습득된다. 이 때는 뇌의 시각피질만 활성화된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기 싫고 저항이 되는 것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힘이 든다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고, 뇌 전체를 사용해서 연결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헬스장에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둘러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성들의 경우 튼튼한 허벅지 근육을, 여성들의 경우 아름다운 애플힙을 원하면서도 하체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트레이너의 감독 아래 PT를 하는 경우는 짜인 프로그램대로 모든 근육을 골고루 운동을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의지대로 철저하게 운동하는 사람은 정해진 소수라는 것을.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두 층으로 되어 있는데, 위층은 샤워실과 스트레칭실과 트레드밀, 실내사이클등의 유산소존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층은 근력 운동 기구들로 세팅되어 있다. 근력 운동을 하러 내려가지 않고 위층에서 유산소와 스트레칭만 하는 사람들도 꽤 많고, 근력 운동을 하더라도 상체 운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내 경우도 하체 운동을 하는 날 더 큰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유튜브 영상에서 본 하체 근력의 중요성, 근테크, 중년 건강을 위한 필수 하체 운동,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운동이 필수다, 등의 썸네일을 떠올리며 동기부여를 하곤한다.



생각도, 질문도, 하체 운동도, 우리 자신에게 필요하고, 건강하게 하고, 이로운 모든 것들은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힘들기에 저항이 되고 하기 싫어진다. 쉽게 하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지름길을 찾게 된다. 

쉽고, 익숙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내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쉽게 일하면서 월 몇백을 번다는 광고, 수술로 빠르게 하는 인생역전,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인생이 편해질 거라는 불안한 희망, 더 편하고 쉽게 성취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면 잘 못된 길을 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살에 둥둥 떠내려가면 편할 수는 있지만 하류에 도착했을 때 주변을 둘러보면 쓰레기들과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고 저항이 되지만 계속 의지를 북돋우면서 쌓아가고 있는 느낌, 변화하고 있는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느낌이 든다면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인생은 연극이다. 인생은 소풍이다. 와 같이 인생을 무언가에 빗대는 표현들을 사용한다. 나는 인생이 학교라는 표현에 가장 이끌린다. 

의지를 세우는 일도, 감정을 발산하고 절제하는 일도, 생각을 더 깊이 명료하게 다듬는 일도, 보다 선명한 질문도, 적절하게 하는 말도, 마음에 드는 몸도,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원래 서툰 것이었다. 서투르기에 반복해서 연습하고, 나아지고, 성장하는 멋진 느낌을 갖는 것이 초록별의 학교. 지구에 온 목적이 아닐까?


지구에 온 모든 영혼들은 자신이 이곳에서 배우고 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영성가들의 말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떠오르는 생각들을 꾹꾹 눌러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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