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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05. 2016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검색 중에 우연히 브런치라는 온라인 작가 등용문 시스템이라는 알게 되었고, 내가 일을 하는 스타일이 늘 그렇듯이 깊이 알아보지 않고 작가 지원 신청을 했고, 신청한 지 이틀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합격 메시지를 받았다. 진심으로 축하받을 일인지, 그럴 일이 될지는 앞으로 내가 나름이겠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남몰래 키워오던 '작가'라는 명칭으로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는 문구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기뻤고 심지어 가슴마저 뛰었다. 


 휴무 일이라 집에 가서 목욕탕이나 가서 때나 좀 밀고 부족한 잠이나 보충해 볼까 하던 차에 발견한 메일은 나의 일과를 확 바꾸어놓았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입가에 웃음이 생기면서 행선지가 변경되었다. 동네 목욕탕에서 도서관으로. 도서관을 가려면 경사가 꽤 높은 골목길을 한참을 달려야 해서 기피하는 길이지만 작가가 된 이상 회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곧바로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어떤 위치에 있으며 SNS 글쓰기 기반이 얼마나 견고한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지, 신청하면 대체로 다 되는 건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건지 등등 외부적인 조건은 아무것도 알아보지도 않았고 따라서 모른다. 하나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건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에 매일 접속하는 열 명 내외의 한정된 사람들 보다는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오픈될 것이라는 것 정도. 그 이후의 반응이나 그 반응을 통해서 일어나게 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일이 일어났을 때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지금은 나에게 비타민처럼 힘이 되어줄 글을 써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몇 초간 해보았다. 우연히 두드렸는데 열린 이 문으로 들어가서 생기게 될 몇 가지 경우에 대해서. 최악과 최고에 대한 상상이다. 최악은 무관심이 될 것이다. 악플은 무시해 버리면 되지만 공개적으로 나의 일부를 나누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힘이 빠지지 않을까. 그런 일을 한 두 번 겪어 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면 또 철수해 버리면 되긴 하지만. 최고의 경우라면 내가 쓴 글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것이 될 것이다.

 '아, 저렇게 열심히 힘을 내어서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더 힘을 내어야겠다.' 이렇게 단순하면서 지극히 당연하고 건강한 반응 말이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실수도 많이 했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가슴이 뛰는 대로 전력을 다해 나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것만큼 분명한 글감이 있으니까.


 그냥 나 혼자 힘을 내어서 열심히 살고, 혼자 글도 쓰고 읽고, 힘도 얻고 감동도 받고 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려 하고 반응을 보려 하며 그로 인해 더 나아지는 나와 세상에 대한 기대를 끝없이 저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런 것이 바로 존재 욕구라는 것 아닐까? 큰 질문을 던지며 작은 답들을 찾아나갈 것이다. 글쓰기 버튼과 발행 버튼을 부지런히 누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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