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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05. 2016

행복하자


 롯데리아 창가에 앉아서 '불안'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주말 오후라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친구들끼리 온 초등학생 무리들이 대부분의 손님군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목소리들이 점점 커졌고, 책을 읽다말고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 가족은 서너살 돼보이는 남자 아이 두명과 젊은 부부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다. 여자는 톤높은 큰 목소리로 연신 아이들에게 "윙크해봐. 웃어봐. 김치~!" 하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아이들은 먹는데 열중하다가도 카메라를 보며 윙크하고 웃으며 엄마의 요구에 반응했다. 여자는 사진을 찍자마자 "어서 먹어. 빵 먹어. 야채도 먹어야지." 하면서 닥달한다. 아이는 3초 전까지 사진을 찍히느라 웃고 윙크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여자는 남편에게도 톤높고 큰 빠른 목소리로 동네 여자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시작한지 1분도 채 안되었는데 남자는 "다 먹었으면 빨리 가자." 고 했다. 그리고 남자는 "다 먹었으면 빨리 가자."는 말을 서너번 더 했고, 여자는 아이들에게 계속 "맛있어? 이것도 먹어야지.." 등의 식사 훈육을 했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장본 것 같은 짐들을 들고 앞장 서서 나가고 여자는 이것 저것 주섬주섬 챙겨서 아이 하나는 유모차에 태워서 끌고 하나는 포대기에 업고 뒤 따라나갔다. 그들이 집에 가서 지내게 될 저녁 시간도 그려지는듯 했다. 그 가족이 진정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 테이블에 초등학교 4,5학년 즈음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 네명이 앉았다. 각각 세트 메뉴를 시켜서 햄버거와 음료를 손에 들고 먹고 테이블 가운데 감자튀김을 쏟아부었다.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연예인을 검색하면서 방대한 연예계 정보를 대방출했다.
 (여자 걸그룹 이름을 대며) "oo는 완전 화장발이야."
 "누구는 어디 성형했고, 누구는 어디 성형했고, 누구 어떤 광고 다리는 완전 보정이야."
 "넌 누구 제일 좋아해?"
 "oo는 단발머리가 제일 나아. 머리 길때 봤는데 못생겼더라."
 "근데 oo는 노래는 잘하는데 너무 못생김"
 "그 정도면 예쁜거 아니야?"
 "30대 아저씨들은 oo를 제일 좋아한대."
 "웩! oo이 뭐가 예쁘다고. 하나도 안 예쁘더라."
 "너 성형할거야?"
 "할 수 있으면.."
 아이들은 캐릭터샵에서 산것 같은 조악해보이는 디자인의 크로스백을 메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둘 둘씩 짝을 지어 다음 코스로 향했다. 이 아이들이 진정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는 집중해서 '불안'에 대한 책을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키에르케고르, 찰스 다윈, 롤로 메이...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불안에 대한 말들 중에 오늘 나에게 가장 와닿은 말은 프로이트의 "내가 가장 몰두하는 주요 환자는 나 자신일세."였다. 한 인터뷰에서 박진영은 자신이 가르치고 배출한 수많은 가수들이 잘 할 때도 좋지만 제일 좋은건 자기가 잘 할 때라고 한다. 햇살 좋은 주말 오후 '불안'에 대한 책을 읽고있는 내가 진정, 진정, 진정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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