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학교> 6화. 무지개 유치원 - 손을 사용하는 예술 활동
주간 리듬 -매일의 메인 활동
매일의 일일 리듬을 똑같이 가져가면서 메인 활동 시간에 하는 작업은 요일마다 다르게 구성했다.
월요일 울(양모) 작업
화요일 페인팅(젖은 그림)
수요일 바느질
목요일 뜨개질 / 목공
금요일 요리(도시락 싸기)
내적인 준비
아침, 아이들이 하나 둘 등원해서 자유 놀이를 하는 동안, 교사는 메인 활동을 준비한다.
등원 시간도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8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 1시간으로 정해서 개별 가정의 사정에 따라, 아이의 리듬에 따라 각각 다른 시간에 한 명씩 천천히 오는 방식이었다.
꽃병의 물을 갈고, 테이블을 닦고, 촛불을 켜는 등 아침을 준비하는 일상의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엄마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할 때, 그 편안한 공기 속에서 아이가 아침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초보 교사 시절에는 활동 준비에 바빴고, 혼자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하는 형태라서 다른 선생님들의 눈도 의식이 되는 등 여러모로 긴장이 높았다.
잠을 설치면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야기를 외우고, 동작을 연습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나와서 환경을 가꾸고 힘들게 준비해도 아이들이 너무 산만하고 통제하지 못해서 패배감을 안고 마치는 날이 허다했다.
그런 날은 '내가 아이들을 안 좋아하는건 아닐까?', '내가 왜 여기에 있나?',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언제까지 할 것인가?' 별 잡념이 다 들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깨닫게 된 것은, 활동 자체를 준비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론으로 끊임없이 반복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수영을 배울 때 물을 먹어가면서,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져가면서 배우듯이, 매일의 좌절과 패배감이 누적되고 발효되어 내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되었을 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기본적인 준비는 철저히 하되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에는 전체를 통제하는 자신감과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가만히 존재하는 카리스마가 가장 중요했다.
교사가 튼튼한 나무처럼 중심을 잡고 있으면 아이들이 신기할 정도로 잘 놀고, 교사가 내적으로 흔들리면 아무리 수업 준비를 잘해와도 이상하게 소란스럽고 힘든 하루가 된다는 사실은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더 확고해졌다.
나도 할래요 -자율성
울작업을 하는 월요일은 색색깔의 울이 담긴 바구니와 따뜻한 물이 담긴 그릇과 비누를 준비하고,
페인팅을 하는 화요일에는 색깔이 잘 보이는 유리병에 빨강, 노랑, 파랑 물감을 물에 개어두고, 가위로 모서리를 둥글게 자른 종이를 준비한다.
바느질을 하는 수요일에는 가위와 바늘꽂이, 실과 펠트가 담긴 바구니를 세팅한다.
뜨개질을 하는 목요일에는 다른 굵기와 다양한 색깔의 털실과 대바늘이 담긴 바구니를 준비한다.
주말, 소풍을 가는 금요일은 도시락을 싸는 것을 메인 활동으로 했다.
활동의 이름을 요리라고 붙여서 그렇지 다수의 어린 아이들과 하는 활동이라 메뉴를 다양하게 하거나 과정을 복잡하게 하지 않고,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같이 간단한 메뉴를 몇 가지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만들었다.
이렇게 식사를 준비하듯이 그날의 메인 활동에 필요한 재료들을 세팅하고, 교사가 먼저 활동을 하고 있으면 놀이에 열중하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나도 할래요.
루틴이 익숙해진 아이들은 울작업, 바느질, 뜨개질하는 날은 자기 바구니를 들고 와서 자리에 앉고, 페인팅하는 날은 물통을 가지고 가서 물을 떠 오고, 도시락을 싸는 날은 손을 씻고 오는 등 스스로 준비를 해서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내적으로 호흡과 리듬이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노랑 주세요.", "빨강 할래요."와 같은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익숙한 루틴대로 작업을 하다가 다했다 싶으면,
그만 할래요.
하고 바구니를 자기 자리에 갖다 놓거나 물통을 비워서 씻어놓고, 다시 자유 놀이를 하러 간다.
"자, 바느질할 시간이야."
"오늘은 페인팅하는 날이야."
와 같은 언어적인 지시를 가능하면 하지 않고, 교사가 먼저 활동을 시작하고, 내적으로 기쁘게, 즐겁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안 할래요.
활동을 하지 않고 노는데만 심취해 있는 아이는 메인 교사가 판단해서 놀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놀도록 놔두고 그날 활동을 안 해도 데려와서 의무적으로 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도 활동을 계속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아이는 그것이 고착되지 않도록, 역시 교사가 체크해 두었다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더 할래요.
"또 할래요.", "더 할래요.", "계속할래요."
반대의 경우, 어떤 아이는 놀지는 않고 계속 활동을 하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그랬고, 이 경우 활동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선생님을 좋아해서 옆에 계속 붙어 있으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이 활동을 잘한 것에 대해 칭찬을 하면 그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도 잘 관찰해서 활동을 그만하고 친구들이랑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아가 견고하게 형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교사의 관찰과 판단, 허용과 규제는 무척 중요하다.
아이가 활동을 하는지, 안 하려는지 여부, 잘 노는지, 잘 못 노는지 여부, 드러나는 외적인 모습 이면에 왜 활동을 하려고 하는지 또는 안 하려고 하는지, 왜 놀려고 하는지, 안 놀려고 하는지, 모두 다 저마다 다른 심층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서 알아가게 되었다.
칭찬 받으려고 자꾸 활동만 하는 아이에게 계속 칭찬을 하면 아이는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지 못하고, 칭찬에 휘둘리는 아이가 되고 만다. 이런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고, 타자와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함으로써 행복하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섬세하게 보고 판단해서 아이에게 이로운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참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부드럽고 유연하고 쉽게 꺾이고 쉽게 회복되는 어린 날의 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축복과 재앙이 되는지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혼돈에서 질서로
손을 사용하는 즐거움 노동 예술활동 기쁨 자신감 자존감 정체성
모든 수공예 활동은 학기 초, 처음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무척 힘들었다.
손가락의 근육과 신경이 분화되지 않은 연약하고 작은 손이 붓을 들고, 바늘을 잡고, 목적이 있는 활동을 위해 움직이는 동선은 그야말로 혼돈이다. 어린 아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의 경우 힘 조절이 잘 안 되어서 물을 쏟거나, 종이가 찢어지거나, 종이 위에 그리는 것조차 잘 안 돼서 종이 바깥으로 튀어나가기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한 주, 두 주, 세 주, 네 주...
한 달, 두 달, 세 달, 네 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어느새,
팔이 움직이는 각도와 간격이 일정해지고,
손끝에 힘이 생기고,
색감이 조화로워지고,
간격이 촘촘해지고,
패턴이 생기고,
색깔이 맑아지고,
형태가 단단해진다.
경이로웠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학기 말이 되면 내가 갖고 싶을 만큼, 부모님들이 진짜 내 아이가 만든 게 맞냐고 놀랄 만큼, 예술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이의 손 근육은 더 정교하고 튼튼하고 섬세하게 분화되었다. 키도 한 뼘 더 자라고 몸도 더 튼실해졌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적어도 유치원에서의 활동은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근육과 신경과 내장 기관과 뇌와... 일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형성되고 자리를 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7세까지의 미션은 건강한 신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울작업 - 페인팅 - 바느질 - 뜨개질/ 목공 - 요리(베이킹)
각각의 메인 활동은 다음화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낙산중창단 | 꽃들에게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