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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사랑의 학교> 7화. '무지개 유치원'

by 오렌 Jun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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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1



모든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즐거워한다.



지난 6화. <나도 할래요>에서 메인활동으로 바느질을 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신 분이 계셨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유치원에서 일할 때 자주 듣는 질문이었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는 바느질을 배우는 처음부터 플라스틱 바늘이 아니라 실제 뾰족한 철로 된 바늘을 사용해서 바느질을 하고, 일곱 살이 되면 실제 칼을 사용해서 간식 만들기를 돕고, 실제 톱을 사용해서 나무 자르기를 한다. 



월요일 메인 활동으로 양의 털인 양모, 즉 울(wool)을 사용한 울 공예를 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질의 양모를 살짝 뜨거울 정도의 따뜻한 물에 담가 비누를 묻혀서 두 손바닥에 넣고 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동그란 울공이나 납작한 울 매트 또는 길쭉한 형태의 울 작품이 만들어진다. 주말 동안 쉬고 와서 리듬이 흐트러져있는 어린아이들에게 따뜻한 성질의 재료를 만지면서 새로 시작된 리듬으로 들어오게 하는 활동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매일 아침 활동하는 테이블에, 간식과 식사 시간에, 스토리타임 때, 실제 초에 실제 불을 붙이고 끄는 활동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했다. 태풍이 불거나 큰 기상 이변이 없는 한, 비가 오더라도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비오는 날은 비가 오지 않는 날과는 다른 냄새가 나고, 지렁이와 민달팽이도 많이 만날 수 있다. 물웅덩이에서의 노는 아이들의 표정은 비가 오지 않은 날은 볼 수 없었던 환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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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일, 언니, 오빠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성가시다는 이유로 제한하기 때문에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할 뿐이다.

사방에 물을 튀기고 엉망으로 만들지만, 설거지를 하고 행복해하는 네 살 아이를 보았는가?

부엌의 장 안을 열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물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회를 허락하고 조금만 주의 깊게 도와주면 아이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 오고 동경하면서 키워온 의지의 힘으로 모방해 낸다. 이것이야말로 아이가 실질적인 것을 배우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허용의 세계에서 말을 배우고 삶을 배운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감을 키우고 자존감이 생긴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하는 활동은 요일마다 주간 리듬에 따른 메인 활동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집안 일과 같은 형태의 노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산책, 꽃에 물 주기, 집안일 같은 몸을 움직이는 일상의 의지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창조적 능력이 길러진다. 그러한 기본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그런 건 엄마가 할 테니까 넌 공부나 해!'라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의지적인 활동으로서의 집안일, 모든 모방적인 활동을 규제하는 어른의 의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어른 자신이 성가시고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성가시고 귀찮은 무질서를 허용함으로써 아이는 배우고 질서를 찾아간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실질적인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허락되어야 한다. 이럴 때 아이는 진정한 will을 배우게 된다. 무의식적인 의지적인 배움은 feeling과 thinking 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부터 주의 깊게, 아주 조금씩, 실물을 다루는 기회를 허용하는 것,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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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안전한가?



처음 유치원에 보내시는 부모님들은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한다. 다치면 어쩌나? 위험하지 않느냐? 하는 걱정이다. 위험한 일에 대해 일단 유보하고 쉽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대체물을 주는 대신에 위험한 것에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위험하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장치들을 생각하고, 제대로 대비하고, 잘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령 바느질을 처음 배우는 아이는 살짝 찔려서 깜짝 놀라는 일을 겪는다. 그때 교사가 아이를 데리고 손에 약을 발라주고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그 작은 사고를 통해 어떻게해야 안 찔리고 잘 할 수 있는지 조금씩 더 정확한 감각을 익혀나간다. 바늘에 찔린 아이가 울거나 그 일로 바느질을 하지 않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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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켜면 불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무엇에 홀린 듯이 황홀해하고 예쁘다고 하고 신비스러워한다. 처음부터 불을 싫어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실수로 불 가까이에 갔다가, 또는 촛농을 만졌다가 뜨거운 걸 경험하고 깜짝 놀란 아이는 역시 마찬가지로 찬물에 씻게 하고 약을 발라준다. 불이 예쁘고 신비스러운 것이지만, 가까이 가거나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위험한 것을 경험함으로써 생명감각이 깨어난다. 조심해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boundary)가 생긴다. 위험한 것을 경험시키지 않기 위해서 안전한 가짜를 주게되면 필요한 경계가 형성되지 않아, 실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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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까지의 미션은 몸을 완성하는 것이다. 


몸은 하나의 집이고, 감각은 집안에서 세상을 보게하고 열려있는 통로인 창문이다. 

창문이 지저분하거나 어두운 커튼이 쳐져 있다면 환기가 안되고, 바깥 풍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신체를 사용해서 감각을 키우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창문을 닦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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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마라.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일이 즐거움 보다 두려움이 더 컷던 초보 교사 시절, 너의 어려움이 뭐냐고 물어보셨던 에리카 선생님께 나는 고해성사를 하듯이 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한 채로 말했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라고...

그런 나에게 에리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마라. 

네가 부적절한 형태에 놓여있다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에리카 선생님은 나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네 아이부터 사랑해라."

그리고, 루돌프 슈타이너가 모든 교사들에게 준 시를 알려 주셨다.



'신이시여. 내 안에 사사로운 욕심이 발동할 때 

내가 스스로 그 욕심을, 나를 지우기를 바라나이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바울의 말을 이루시기를 바라나이다.

내 안에 내가 아닌 그리스도가,

그리하여 성스러운 영이

나의 교사 됨을 굳게 붙들어주시기 바라나이다.

이것이 진정 삼위일체입니다.'




I Have a Dream - 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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