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학교> 8화. 무지개 유치원
유치원에서의 모든 활동은 연간, 월간, 주간, 일일 리듬을 고려해서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되었다.
여기서 '리듬'이라는 말은 '호흡'이라는 말로도 같이 사용되었다. 리드미컬하고 조화로운 호흡을 만들어나가는데, 소우주인 인간이 대우주의 리듬과 질서를 모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봄 부활절, 겨울 크리스마스를 가장 큰 축제로 여겼지만, 그보다 더 큰 최고의 축제는 일년에 한 번 있는 각자 자신의 생일이었다.
한 달이나 한 주 안에 같이 생일이 있는 아이들을 한 날에 모아서 생일 파티를 하는 형식으로 하지않고, 철처하게 한 개인의 생일을 지켰다. 유치원에 오지않는 주말이나 방학에 생일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부모님과 의논해서 날짜를 조정하기는 했지만, 교사나 부모,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서 여러 아이들의 생일을 임의로 어떤 날에 치르는 합동 생일은 하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 고유의 탄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함이었고, 이런 취지를 이해하는 부모님들은 크게 고마워하고 아이들도 무척 좋아했지만, 한주에 두 세번씩 생일이 있다든가, 그렇다 하더라도 규모를 줄이는 일 없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야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생일은 곧 두려움이기도 했다.
생일 전 날, 일과를 마친 후, 생일 아이의 이미지를 떠올려 그에 맞는 천과 꽃으로 생일 의자와 파티션을 장식한다. 왕좌에 앉아 황금 왕관을 쓰고, 황금 망토를 입고, 자신의 나이 만큼의 촛불을 켜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다. 황금 시대의 눈부신 기억을 만든다.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은 생일 아이는 물론 친구들도 아침 부터 들뜨고 기분이 좋다.
여자 아이들은 특별히 예쁜 옷을 입고 오기도 하고, 아침에 와서 선생님이 꽃을 꽂거나 장식을 하는 일을 돕는다.
"예쁘다!", "맛있겠다!", "재미있다!"
생일 날은 어떤 날 보다 감탄사가 많이 들리고, 모두 즐겁고, 사이가 좋다.
생일이 있는 주간의 모든 활동 즉, 울작업, 페인팅, 바느질, 뜨게질로 만든 작품은 그 자체로 생일 선물이 되었다.
생일 카드를 그리는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무의식의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상징들을 그려냈다.
일주일 동안 교사들과 아이들이 생일 아이를 위해 그리고 만든 것들로 선물 바구니가 채워진다.
생일 왕관과 망토는 그 아이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메인 교사가 만들었다.
왕관은 황금 종이에 리본과 보석 비즈로 장식했고, 망토는 시장에서 구입한 황금색 천에 목 부분에 끈을 달고, 목과 가슴 주변에 바느질로 비즈 장식을 했다. 망토는 하나를 만들어서 돌려 쓰는게 아니라 각각의 아이의 이미지에 맞게 만들었고, 생일 파티가 끝나면 선물로 주었다.
이 일은 즐겁기도 했지만,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교사들도 있었다.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물론 매우 스페셜한 선물이 되었다.
고된 생일 준비를 하면서 선생님들끼리 나중에 우리가 60쯤 되면 서로 지금과 똑같이 생일 파티를 해주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생일날 메인 활동은 케이크 만들기로 대체했다.
보울과 젓는 도구, 케이크 믹스와 물, 우유, 달걀 등의 기본 재료를 세팅해 놓고, 작은 경험이라도 돌아가면서 한번씩 하게 한다. 특히 달걀 깨뜨리기는 촛불 끄기와 맞먹는,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이 역시 생일 아이가 독차지 하는 특별 활동이었다.
보울에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열 번씩 숫자를 세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가면서 반죽을 섞는다.
다 만들어진 반죽을 케이크 틀에 붓고, 교사가 뜨거운 오븐에 넣는 것 까지 지켜본다.
케이크가 다 구워지면 일곱살 친구들과 교사가 같이 과일이나 과자로 장식을 한다.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는 의의도 있지만, 베이킹은 흙, 물, 불, 공기 4대 원소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이 산책 나간 동안 메인 교사가 생일 파티 세팅을 한다.
이 시간에 부모님이 오셔서 같이 돕기도 하고, 부모님이 준비해온 생일 이야기를 연습하는 등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서 써프라이징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매일의 식사 시간도 집에서 먹는 것 보다 의식적인 형식을 갖추어서 하지만, 생일 파티는 모든 요소 요소에 의미를 부여해서 의식을 치르듯이 경건하게 진행했다.
마치 한 영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이 세상에 내려오는 것 처럼, 그 영혼을 맞이하는 것 처럼.
아이들도 무의식 중에 그런 느낌을 갖는지 한 순간 모두 진지해지곤 했다.
자기 나이만큼 꽂은 촛불을 들고 생일 아이가 입장을 한다. 생일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르고, 엄마의 생일 이야기를 듣고나서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고나서 케이크를 먹고, 식사가 다 끝난 후, 생일 선물을 열어본다. 교사가 생일 아이와 아이들에게 선물 바구니에 든 선물에 대해서 하나 하나 이야기를 해준다.
이건 누가 그린 생일 카드고, 이건 누가 만든거고...
설명을 하면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나올 때 마다 뿌듯해하고, 어떤 적극적인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가 만든 것을 집어들기만 해도, "그거 내가 한거야!" 하면서 먼저 설명하기도 한다.
생일 날은 부모님 중 한분이 생일 파티에 참석하셔서 아이의 태몽이나 자라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등의 이벤트를 했다. 이야기로만 준비해오시는 분들도 계셨고, 사진 이미지 처럼 사진 보드를 직접 만들어 오시는 분, 노트북으로 사진을 보여주시는 분, 부모님들의 창의성이 더해져서 다채로운 생일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부모 두 분 모두 직장에 다니는 경우, 한 분이 휴가를 내고 참석한다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신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아이의 생일 즈음에 부모님 두분이 이혼을 한 경우가 있었고, 아빠 혼자 휴가를 내고 오셔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모두가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또, 아이를 갖는데 어려움이 있었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어려움이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오시는 분도 계셨고, 그 날 오후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에 보이고 표현되어지는 이야기 이면에 한 사람의 탄생 스토리는 무한한 신비와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든 아이들은 특별한 자신의 탄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흐뭇해했고, 그 이후로 그 아이에 대한 친구들의 이해나 친밀감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부모님의 참여에 대한 부담을 가지시는 분들도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나면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다들 좋아하셨다.
생일날은 아침 등원부터 이야기를 듣고 하원하는 마지막 까지 생일 아이가 주인공으로 모든 것을 했다.
특히, 간식 시간, 식사 시간, 스토리타임 모두 공식적으로 세번 촛불을 켜고 끄는 의식을 하는데, 촛불 끄는 것은 선생님이 차례를 잘 기억해두었다가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공평하게 끈다.
단, 생일날은 하루 세번의 촛불을 생일 아이가 혼자 다 끄는 특혜가 주어졌고, 모든 아이들은 생일자로서 촛불 끄는 위용을 뽐내었다.
쌍둥이 아이들의 생일날이 봄소풍 날짜와 겹쳤다.
날짜를 조정할만도 한데, 야외 생일 파티를 강행했다.
교사들에게는 엄청나게 힘들었고,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특별한 생일 파티가 되었다.
생일 파티가 끝나고 방과후 낮잠 시간,
모두 기절했다.
Oh where do you come from
you little little child
do you come from the Heaven
where the stars shining bright
Do you come from the mountain
Do you come from the sea
Do you come from the Heaven
where the Angels can see
너는 어디서 왔니
작고 작은 아이야
너는 천국에서 왔니
별들이 밝게 빛나는 곳에서
너는 산에서 왔니
너는 바다에서 왔니
너는 천국에서 왔니
천사들을 볼 수 있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