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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01. 2024

산책, 햇볕과 바람의 효능

-<사랑의 학교> 9화. 무지개 유치원



유치원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반복이 늘어나면서, 리듬이 형성되고, 몸 안에 길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힘든 일이 가장 즐겁고 생동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 제일은 산책이었다.



산책은 하루 일과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서 오전 간식을 먹고 점심시간까지 한 시간가량 밖에서 놀았다.

무지개 유치원은 도심에 있어서 아이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자연이 늘 아쉽긴 했지만, 관심을 기울여서 찾으면 얼마든지 좋은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흙이 있고, 물이 있는 작은 공간만 있어도, 돌멩이와 풀만 있어도,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잘 놀았다.



산책 중에서도 백미는 비 오는 날의 산책이었다.

태풍이 불거나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특별한 기상 이변이 있지 않은 한,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비가 와도 산책은 빠지지 않고 나갔다. 유치원에 처음 보내는 부모님 중 실제 바늘과 칼을 사용하는 것에 걱정을 하듯이 비 오는 날은 바깥에 나가지않고 실내에서 지내기를 바라는 분들도 계셨다. 한 학기가 지나고 나면 산책의 효능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매일 햇볕과 바람을 쐬고 걷고 뛰었던 팔다리는 튼튼해지고 빨라지고 힘이 올랐다.



비 온 뒤, 아이들은 지렁이와 민달팽이, 콩벌레 잡기를 좋아했다. 

마요네즈 병 씻어둔 걸 가지고 나가서 그 안에 잡은 벌레들을 담았는데, 기술이 좋은 일곱 살들은 병에 가득 차도록 한가득씩 잡곤 했고, 한 마리도 못 잡아서 울상이 된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특별히 민달팽이를 잘 잡는 일곱 살 여자 아이에게 어쩌면 그렇게 잘 찾느냐고 물어보자 잊을 수 없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달팽이 냄새를 맡고 잡아요."



그때 배우고 누린 산책의 효능은 삶의 하나의 비책과 같이 각인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지금, 산책은 글과 그림에 포함되거나 일과 작업의 연장으로 여기고 있다.

생각이 잘 안 나거나 뭔가 잘 안 풀릴 때, 상투적인 표현으로 고갈된 기분이 들 때,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걷는 것 만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운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little children want to play
rain rain go away





고 조고만 씨 속에
이 많은 잎들이 들어있었구나
고 조고만 씨 속에 
이 많은 꽃들이 들어있었구나
고 조고만 씨 속에
이 많은 열매가 들어있었구나
씨는 크면서도 작은 것
작으면서도 큰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막 피어난 보리꽃
논두렁을 수놓은 자운영 꽃무리
아침 이슬 머금은 작은 제비꽃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시냇물
해지는 서산마루 비껴가는 저녁놀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발자국






내가 좋아하는 것
시냇가의 조약돌
이름 없는 들길의 노란 민들레
이른 아침 못가에 피는 물안개
푸른 하늘 나는 아기 종달새
해저문 강나루에 살랑이는 솔바람
노을을 기다리는 물새들의 속삭임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서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



산은 숲을 품고
숲은 나무를 품고
나무는 새 둥지를 품고
새 둥지는 새를 품고
새는 노래로 온 산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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