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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23. 2024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삭의 시간> 8화. 




참사람 부족이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조금이든 많이든 결코 남을 속이지 않았다.




우리는 동쪽을 향해 반원을 그리고 서서 아침 기도를 드렸다. 우리가 받은 모든 축복에 대해 감사드리고, 날마다 하던 대로 우리에게 먹이가 되어 주는 동물과 식물들에게 정신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기도가 끝날 때쯤 한 젊은이가 원의 중심으로 걸어나와 한 바퀴 돌았다. 그가 그날 특별 임무를 맡기로 자원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야영지를 떠나 우리보다 앞서서 달려갔다. 



우리가 몇 시간쯤 걸었을 때였다. 갑자기 부족의 어른이 걸음을 멈추고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천천히 흔들었다.

나는 오타에게 무슨 일인가 물었다. 오타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으며, 표정들이 더없이 진지했다. 



마침내 오타가 내게로 몸을 돌리더니, 아침에 우리보다 일찍 떠난 젊은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캥거루 한 마리를 잡았는데 꼬리를 잘라도 되느냐고 묻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들이 사막을 이동하는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주로 텔레파시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30킬로미터나 떨어진 사람과 메시지가 오가고 있었다. (92-94쪽)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건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텔레파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 그랬다.

나는 오타에게 내가 느낀 놀라움에 대해 말했다. 오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만일 우리 원주민 중 한 사람이 도시에 가서 당신들이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집어넣고 다이얼을 돌린 뒤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시다. 그 원주민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양쪽 다 옳아요. 하지만 동전도 없고 공중전화 박스도 없는 이런 곳에선 당신들의 방법이 훨씬 더 편리하겠군요."



내가 세상으로 돌아가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텔레파시 부분을 믿으려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인간이 서로 투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지구상에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예순두 명의 사람들이 있어서, 서로 돕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믿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독특한 재능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재능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까지도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오타는 참사람 부족이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조금이든 많이든 결코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남이 자신의 속마음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남에게 기꺼이 전해 주었다.



인간은 본래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창조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었다. 사람이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생각을 전달한다면 문자와 언어의 차이가 대화에 아무런 장래가 되지 않는다고 그들을 말했다. (95-96쪽)






참사람 부족은 목소리란 말을 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말은 마음이나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목소리를 통해 말을 하면 사소하고 불필요한 대화에 빠져들기 쉬우며, 정신적인 대화로부터는 아득히 멀어진다. 목소리는 노래와 축제와 치료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내게 설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으며, 누구나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설령 자신은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할지라고 자기 안의 그 '노래 부르는 사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참사람 부족은 내가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내 마음이나 머릿속에 아직도 감출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정신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무엇보다도 모든 것들과 화해해야만 했다. 참사람 부족이 하는 것처럼 내 마음속의 내용물들을 낱낱이 다 드러낼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러려면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해야만 했다.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지나간 일들로부터 배워야만 했다. 내가 남을 받아들이고 남한테 진실해지고 남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한테 진실해지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참사람 부족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97-98쪽)






8.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91-98쪽 )

<무탄트 메시지>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말로 모건 |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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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브런치북 <삭의 시간>은 침묵에 대한 내용이니만큼 댓글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해보는 것으로 침묵과 말에 대한 실제적인 차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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