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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30. 2024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삭의 시간> 9화. 참사람 부족



그들은 대자연을 향해 먹을 걸 요청했고, 그것이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조금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것을 받았다.



참사람 부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이 우주 속에 일시적인 변덕이나 우연 또는 무의미한 일 따위는 존재하니 않는다. 인간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을 뿐이며, 아직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신비가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식물들이 존재하는 목적은 동물과 인간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흙을 껴안아 주며,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다. 또한 대기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있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풀과 나무들은 우리 인간에게 소리 없는 노래를 불러 주고 있다고.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 풀과 나무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 역시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일이라고. 과학이라는 것에 물든 내 머리는 이 말을 즉각 자연계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참사람 부족의 설명에 따르면 동물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사람에게 잡아먹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인간의 먹이가 되어 주는 데 동의하기도 한다. 동물의 존재 이유는 대기의 균형을 잡아 주고, 인간의 친구가 되며, 인간이 하는 일을 돕고 있다. 그리고 때로 본보기가 되어 인간에게 스승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참사람 부족은 식량이 떨어지는 법이 결코 없었다. 그들이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에 우주는 언제나 응답을 했다. 그들은 이 세상이 더없이 풍요로운 장소라고 믿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누군가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듣고는 그가 가진 재능과 존재 이유를 높이 평가하듯이, 그들은 대지 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그렇게 했다.



만일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그 뱀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날 하루 어떤 음식을 발견하는가는 이 부족 사람들의 저녁 축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들은 먹을 거리가 앞에 나타나는 것을 결코 당연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먼저 그들은 대자연을 향해 먹을 걸 요청했고, 그것이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조금도 버리지 않았으며, 그러면 언제나 그것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것을 받았다. 그들의 감사 기도는 단 한 번도 형식적인 것이 없었다.



그들은 전혀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물을 발견할줄 알았다. 때로 모래밭에 귀를 대고 엎드려 지하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가 하면, 손바닥으로 땅을 살펴 물줄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일단 수맥을 발견하면 속이 빈 길다란 갈대 줄기를 모래 속에 꽂아 입으로 빨아서는 작은 분수를 피워 올렸다. 물은 모래가 섞여 있고 검은 빛깔이었지만, 맛은 더없이 순수하고 시원했다.



원주민들은 땅바닥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근처에 무슨 동물이 있는지 알아맞췄다. 어려서부터 그들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관찰하는 습관을 익혔으며, 그 결과 모래 위에 난 자국만 보고도 그것이 걷는 동물인지, 뛰는 동물인지, 아니면 기어다니는 동물인지를 알아맞췄다.



그들은 서로의 발자국을 관찰하는 데도 익숙해 있어서 발자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릴 뿐 아니라. 발자국 사이의 간격만 갖고도 그 사람이 건강한지 아니면 병에 걸려 천천히 걷고 있는지를 말할 수 있었다. 발자국이 조금만 옆으로 벗어나도 발자국의 주인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그들의 지각 능력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신체 능력이 거의 초인적인 수준이었다. 발자국 가장자리에 난 떨림만으로도 그들은 보통 사람이 지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우리는 감자와 고구마처럼 생긴, 땅속에서 자라는 여러 종류의 뿌리 열매들을 먹었다. 그들은 땅에서 뿌리를 뽑아보지 않고서도 어느 것이 익은 것인가를 정확히 알았다. 식물 위에 손을 대보고는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것은 많이 자라긴 했지만 아직 다 익지 않았어. 하지만 저쪽 것은 먹어도 될 만큼 충분히 익었어."



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능력을 본능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인간이 자신의 직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별로 권장하지 않을 뿐더러, 때로 그것을 사악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는 법부터 배워야만 했다. 그런 다음 식물들에게 그들의 존재 이유, 다시 말해 동물과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일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묻는 법을 배웠다. 



일단 우주의 허락을 얻은 다음, 손바닥을 펴서 식물들을 조사했다. 잘 익은 식물 위로 손바닥이 지나가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때로는 손가락이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 왔다.



마침내 내가 이 방법을 터득하자 원주민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훨씬 더 가슴을 열고 나를 받아들였다. 돌연변이 무탄트가 이제 차츰 진정한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7. 참사람 부족  (77-84쪽 요약)

<무탄트 메시지>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말로 모건 지음 |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진심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또 다시 하고 있다. 

이미 형성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무감으로 대하는 것이 육체의 병을 만든다. 

일그러진 표정과 분열된 감정과 잘못된 판단과 불행을 만든다.

어떻게 진심으로만 살 수 있겠냐는... 한숨과 비열한 웃음이 늘어나고, 그 가면이 아무렇지 않게 진짜 얼굴인줄 알고 살게되고, 그 시간이 중첩되고 늘어나고 굳어갈 수록... 내가 누구인지 희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무능력해지고, 삶의 방향을 상실하게 된다. 

나의 능력과 생생한 감각과 모든 것을 다 주시는 풍요로운 이 세상에 대한 믿음의 회복은 "진심"의 회복에 있다. 거짓이 없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정신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댓글 미사용

연재브런치북 <삭의 시간>은 침묵에 대한 내용이니만큼 댓글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해보는 것으로 침묵과 말에 대한 실제적인 차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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