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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07. 2024

나아지는 걸 축하한다

-<삭의 시간> 10화. 



우리는 생일이 아니라 나아지는 걸 축하한다.
작년보다 올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방식에 동의하지도 않고 또 받아들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을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당신들이 과거에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선택을 했고 현재도 자유 의지를 갖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면, 당신들이 걷고 있는 길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이 무덤을 우리에게 다른 성스런 장소들과 똑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 오면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거나,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모든 생명체들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확인할 기회를 갖습니다. 보다시피 이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뼈조차도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부족은 당신들 종족을 존중합니다. 이 자리에 와서 우리는 당신들 종족을 축복하고 당신들 종족이 한 일을 용서합니다. 그래서 이 길을 지나감으로써 우리는 보다 나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날 오후, 나는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시간을 바쳤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과거의 돌부스러기들을 체로 쳐서 걸러냈다. 그것은 불쾌한 작업이었을뿐더러, 두렵고 위험한 일이기까지 했다. 내 안에는 그동안 기득권이라는 칼로 지켜 온 수많은 낡은 습관과 믿음이 가득했다. 나도 이들처럼 가던 길을 멈추고 유태인이나 불교 신자의 무덤을 고쳐 주었을까? 차를 몰고 가는데 교통이 막힐 때마다 나는 짜증을 내곤 했었다.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않고, 각자 스스로 선택한 길로 걸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일이 내게도 가능할까? 그렇다. 나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자동적으로 무엇인가를 주지만, 무엇을 줄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 짧은 동안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들의 전통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때 그것은 나 자신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내가 생일 파티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들은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나는 케이크와 축하 노래, 생일 선물 등을 설명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케이크 꽂는 양초의 수도 하나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하죠? 축하란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건데, 나이를 먹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먹는 겁니다."



내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지요."

나는 그 말을 깊이 명심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1. 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하는 사람들 (111-117쪽 요약)

<무탄트 메시지>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말로 모건 지음 |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댓글 미사용

연재브런치북 <삭의 시간>은 침묵에 대한 내용이니만큼 댓글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해보는 것으로 침묵과 말에 대한 실제적인 차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Jack Johnson | Better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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