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욕조> 5화.
본질적으로 작가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다른 형태로 변형해서 쓰고 있으며, 결국 작가적 고향에서 나온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고, 매우 공감이 되었습니다.
2024년 9월 발표 예정으로 준비 중인 두 번째 책 <재생의 욕조>는 수채화 그림과 함께 글쓰기를 주제로 한 에세이입니다.
2019년 BOOKK로 발표한 첫 번째 책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에 실린 글과 같은 글은 없지만, 제 자신은 알고 있습니다. <재생의 욕조>는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의 변태라는 것을요.
어린 시절의 나, 유년의 나, 학창 시절의 나, 성인이 된 나, 직장 생활을 하게 된 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허드레 일을 한 나,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녔던 나, 그림을 그리는 나, 글을 쓰는 나, 땅이 꺼질듯한 절망에 휩싸였던 나, 하늘을 날아오를 듯이 기뻤던 나, 그 모든 페르소나와 감정들도 모두 시시각각으로 형태가 변하는 구름같이, 고체였다가 액체였다가 기체가 되는 물과 같이, 하나의 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니 오가는 인연에 따라 최선을 다해 온 마음으로 열심히 놀고, 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갈 땐 "안녕! 내일 또 놀자." 인사하고 돌아서는 아이처럼 살면 된다는 것을요.
<재생의 욕조> 한 줄 설명으로 '생의 골짜기에서 채굴한 물과 불의 글쓰기', '글. 그림. 치유의 에세이'라는 문구를 지어보았습니다. 삶에서 어떤 상처와 아픔이 있었길래 또 어떻게 치유를 했는지... 그런 내용을 궁금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제가 어떤 상처와 아픔이 있었는지 이제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난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뭔가 내 삶에 대한 에센스를 진지하게 쓰고 그린 것은 맞는데, 무엇을 쓰고 그렸는지 벌써 희미해졌습니다.
글을 쓰면서 노트의 행간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붓을 씻는 물속에서, 이미 잊어버린 것도 같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글로 쓸 수 있는 힘이 있으면 그 고통은 이미 고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픔을 쓰려고 했지만 기쁨이 남았습니다.
이것이 글과 그림의 마법입니다.
The Hours - Philip G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