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이너> 21화.
유태인의 입학식에서 과자를 꿀에 찍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공부는 꿀맛이다'라고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입학 예식이라고 생각하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팔순 노모이신 우리 엄마가 유태인의 표현을 인용하신 것은 아닐 텐데, 오늘 통화하면서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말씀인즉슨,
기도는 꿀맛이다.
기도는 절대 헛되지 않다.
였다. 그 문장들을 듣고 놀라움에 가슴이 먹먹해있는 동안 엄마는 계속 무슨 기도문을 외우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집에 갔다가 엄마가 오랜 세월 읽으셨던 기도서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놀라고 또 놀랐다. 너무 오래되고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표지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모양새나 기도서 페이지 곳곳에 감사와 사랑이 난무하는 편지, 일기, 메모, 쪽지, 기도문 같은 글들이 줄을 이었고, 그중에 내 이름이 제일 많이 보였다. 엄마의 기도서 뭉치와 같이 발견된 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일기장 같은 노트에서 다음의 문구를 발견했다.
기필코 승리하는 촘촘한 비밀목록
이라는 제목 같은 글만 쓰여있고 그 목록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으나 노트가 많이 훼손되기도 했고 바로 아래에 쓰여있지 않아서 내가 썼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언젠가 어린 내가 쓴 '기필코 승리하는 촘촘한 비밀목록'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곧 답을 찾았다. 그건 바로 무릎으로, 마음으로, 굳센 믿음으로 붙잡는 기도라고. 언젠가 나도 엄마처럼 '기도는 꿀맛이며, 기도는 절대 헛되지 않음'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