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떤 직장에 다닐 때, 무슨 회의 중에 한 상사가 나를 지목해서 천사라고 했다. 내가 들어본 칭찬 중에 가장 높은 존재에의 비유였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천사라고 말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그분은 나에 대한 호의로 한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들도 묘한 분위기였던 것 같고, 누구보다 나 자신이 매우 불편했다.
바위와 큰 나무
또 다른 어떤 곳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이런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나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대화해보지 않았는데, 자신이 느끼는 느낌으로 나에 대해서 좋은 의미를 잔뜩 주입해서 '바위라든가 큰 나무 같이 여겨진다'는 과찬의 표현을 쓰셨고, 그 역시 나는 의아했고, 뭔가 불편했다.
방어기제
세월이 흘러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방어기제'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이나 위협, 불쾌하거나 기분 나쁜 일에 대해 공격적인 충동이 생기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유머로 승화시키거나 참는 등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는 것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서 사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억압
그중에서도 억압은 나와야 될 의견들, 표현들이 나오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으로, 억누른 감정들은 일시적으로는 사라진 것 같지만, 무의식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부정적인 그림자로 변형되어 잠복해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터져 나와서는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그르치게 한다는 것을. 주머니에 송곳을 숨기면 나도 모르게 송곳의 뾰족한 부분이 옷을 뚫고 튀어나와 누군가를 찌르게 되는 것 같이, 억압된 감정은 언젠가 튀어나와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하고,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사
억압된 무의식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면서 그날의 그 천사가 왜 그토록 불편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천사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유한한 인간을 돕는 기쁨의 천사가 아니라, 나의 자리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말을 삼켜서 묵묵해질 수밖에 없었던 위장한 천사, 병든 천사였고, 그 이후로 천사라는 표현을 들었던 것은 최고의 칭찬이 아니라, 최악의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변질되었다.
천사
그 후로 나는 천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천사에 대해 천사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나오는 천사들의 활동에 대해, 9계급의 위계를 가진 천사들의 임무에 대해, 루돌프 슈타이너가 말하는 우리의 아스트랄체 속에서 자신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천사에 대해, 하늘을 날지 않고 우리와 함께 걷는 천사에 대해, 클레의 사랑스러운 천사들을, 구전되는 옛날 시에 등장하는 천사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현실의 지속 가능을 위해 억압된 병든 천사가 아니라, 사랑과 자유를 위해 말하고, 떠나고, 투쟁하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천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진정한 천사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다움에 이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