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책이 나오고 저는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지인을 만나러 다니고, 일감을 처리하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강아지 산책모임을 만들고, 결혼식도 병문안도 다녀오고, 바빴답니다. 그 와중에 틈틈이 서점에 방문해 제 책이 꽂힌 매대를 보며 기뻐하고, 사진도 찍고, 괜히 손도 흔들어보고 그랬습니다.(접니다! 저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이 신선한 시기가 아니라면 들뜸을 해소할 날이 또 언제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는 올해 5년 차에 접어든 제 프리랜서 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에세이입니다. 에세이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꽤 있어 자기 계발 요소도 있지요.
원고는 2019년 봄에 모두 썼다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이후 출판사에서 요청한 원고를 추가 작업하는 게 늦여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2월에 교정지를 받아 천천히 읽어보는데 내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내가 쓴 글이 맞긴 한데 몇 달만에 보니 왜 이렇게 까마득한지요. 혹시 출판사에서 내용을 추가했나 싶어서 제가 쓴 초고랑 비교를 해봤는데, 세상에... 제가 쓴 게 맞더라고요. 사람이 이렇게 망각의 동물입니다.
교정지를 천천히 읽어보며 다시 마음에 담았던 문장, 브런치에 계시는 독자들에게 조금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을 보여드릴까 해요. 책에는 브런치에 공개한 바 있던 글이 몇 편 들어가긴 했지만 비공개 원고가 95% 정도 됩니다. 제가 어떤 책을 썼는지 궁금하신 독자분들이 가늠해보실 수 있도록 몇 줄 옮겨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다음 선택이 다시 회사가 되었다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의 다음 선택이 반드시 회사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겼듯,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
들어가며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 중
몸이 아플 때 꾸역꾸역 출근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건 슬픔이 감당되지 않을 때였다. 연애가 끝난 다음 날 아침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는 얼굴로 출근해 인사를 하고 명랑하게 행동해야 했다. 가족들과 지독하게 싸우고 마음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무거워도 회사에서는 평범한 가정사를 가진 사람처럼 굴어야 했다. 친했던 누군가의 부고를 듣고 그 슬픔을 감내하는 시간에도 회의에 참석하고 전화를 받고 미팅을 진행하며 맡은 바를 해치워야 했다. 그렇게 주말을 제외한 모든 날은 내가 아프거나 실연을 당하면 안 되는 날이었다.
<마음껏 아프기> 중
그럼에도 인터뷰를 나가거나 취재가 잡힐 때,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취재를 함께 가는 낯선 동행이 있을 땐 내가 가진 가장 말끔한 페르소나를 꺼내 얼굴에 씌운다.
‘오늘의 나는 밝고 쾌활해. 구김 없이 예쁘게 자란 어른이야. 그러니까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어. 오늘 나는 다정할 거야.’
<인싸 되는 법> 중
프리랜서는 욕심을 내면 낼수록 일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일하는 동안 성실하게 클라이언트를 대하고 내 일처럼 애착을 갖고 임하면 그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진다. 나는 계약이 끝나고도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가끔 연락을 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료 몇 푼에 나를 흥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다 만난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고료를 제시해 서운해도 엄한 조건으로 흠집을 내도 포기하지 않는다.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면 돼?> 중
시끄러운 양쪽 테이블에서 작가들이 정작 나누고 싶었던 건 소속감이 아니었을까? 회사 간판 같은 소속감을 말하는 게 아니다. 프리랜서로 자립한 ‘나’의 존재가 이 영역에, 이 바닥에 존재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아닐는지. 정보라고는 깜깜한 이 업계에서 나는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잘 버티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 존재감을 가진 다른 이들의 얼굴이 궁금했거나 동지의식 비슷한 걸 추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들의 만남> 중
명절이 얼마 안 남았네요.
저는 2020년이 되면 정말 원더키디에 나왔던 날아다니는 씽씽카 같은 게 돌아다니고, 로봇이 나를 노예로 삼아 곡괭이질이나 시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세상은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