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를 읽고 있습니다.
(오늘 시금치는 약간 질기구나. 그렇다면 소금을 좀 많이.)
입에 넣는 것보다 한 발 앞서 손이 시금치를 맛보고 있었다.
손은 맛을 만든다.아니, 그 이상으로 맛의 의미를 알려준다.
원래 '제철'은 열흘 정도를 말한다. 그런 극도로 짧은 나날이기에 시시각각 바뀌는 계절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지난번 어른의 맛을 재미있게 읽었던 이 책도 선뜻 빌려왔다.
맛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여러 기억을 그러모아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에도 나는 히라마쓰 요코의 세밀한 표현과
기억과 맛의 연결지점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흉내를 내고 싶어진 것이다.
뚝배기에 밥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는 어젯밤 "나도 뚝배기에 밥을 해볼래!"라고 선언했다.
그리곤 오늘 뚝배기를 바라본 순간,
역시 내게 불조절을 하며 만드는 밥은 무리가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뚝배기 냄비를 내려 놓는다.
음식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용도로 먹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기억하고 또 지난 기억과 연결하고 씹어보고 바라보며 일상의 일부로 튼튼하게 묶어놓고 싶다.
시금치 하나를 먹어도 계절의 맛을 손끝 발끝까지 전할 수 있도록
꼭꼭 씹어 먹는 것부터.
겨울 시금치는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