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가수전에 나왔던 30호 가수 이승윤의 노래 ‘달이 참 예쁘다고’ 를 듣다가 행복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 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볼래
~~~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 맞추어 걷고 싶었어
by 이승윤
언젠가 삶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던 때가 있었다. 내 이름이 후세에 전해질 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루리라 다짐했었던 때, 그때는 그것이 삶의 목적이라 생각했었다.
사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돈과 행복이 함께 따라 붙음을 목격한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며 돈과 행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잘못되었다.
누구에게는 당장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누구에게는 돈 아닌 어떤 것을 찾아야 행복할 수 있다. 즉 ‘돈이 있다면 행복하다’ 라고도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수학식 ‘나는 돈이 있다 → 나는 행복하다’가 참일 때, ‘나는 돈이 있다’가 참이 되기 위해 ‘나는 행복하다’가 참일 필요가 있다. 즉 ‘나는 행복하다’는 ‘나는 돈이 있다’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나는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다’가 성립한다.
행복을 논할 때 돈이란 충분조건으로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인 양 말하길 좋아한다.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돈 ≠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는 잘못되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돈을 통해서, 돈을 가지고, 돈에 의해서 행복한 상황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행복하다’와 ‘나는 돈이 있다’는 서로 레벨이 다르다. ‘나는 행복하다’는 상위개념으로 ‘나는 돈이 있다’는 전제조건이다. ‘나는 돈이 있다’는 하위개념으로 ‘나는 행복하다’의 부분집합이다.
그런데 ‘나는 돈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문장이 당신에게 있어 참인가 거짓인가? 만약 거짓이라면 ‘나는 돈이 있다’가 ‘나는 행복하다’를 포함하게 되어 참이 아니다. 즉 ‘나는 돈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이 뭐냐는 질문에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집안 일을 끝내놓고 커피 한 잔 들이킬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행복은 크고 멀리 있지 않다는 말도 잊지 않고 말한다.
그게 과연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그 순간만큼은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좋은 것’과 ‘행복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집안 일을 끝내놓고 커피 마실 때 드는 감정, 좋은 느낌이라는 것이 그 순간의 주변 상황과 분위기를 좋아한 것은 아닐까? 좋다는 것은 그 상황과 그 순간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이다. 일시적이다. 그 상황을 재현했을 때 '오늘 커피 마시며 들었던 감정'과 '내일 커피 마시며 들 감정'이 과연 같을까, 마시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일을 끝냈다 + 커피를 마실 수 있다’ → ‘행복하다’ 즉, ‘행복하지 않다’ → ‘일을 끝내지 않았거나 커피를 마실 수 없다’ 가 성립하는데 과연 그런가?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번다고 하는데, 행복하게 사는 게 자신들의 꿈이라고 하는데 그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커피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내가 의도했을 때 좋았던 감정과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의도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환경인가? 내가 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인생이 행복해지는 거, 정말 힘든 일인 듯 싶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고 한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내가 느꼈던 그 순간의 그 환경에 자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의도대로 ‘좋다고 느끼는 순간’을 영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 삶의 목표 중 하나는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는 것’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돈 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있겠지만 영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 달 내내 벌어서 월급날, 하루만 좋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순간을 자주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이러한 행복을 알고 맛볼 수 있어야 내게도 찾아오는 어려운 순간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월급날과 같은 때가 자주 올 수 있을까. 이 경우 매일 매일 월급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면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란 그저 바램일 뿐이다.
그렇지만, 월급날과 같은 농도의 ‘행복감’을 자주 접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면? 돈 많이 들지 않으면서 행복한 순간을 자주 접하려면? ‘무언가’에 대한 접근성도 낮아야 한다는 말인데...
결론적으로 삶의 목표 중 다른 하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언제인지, ‘무언가’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순간은 무엇인지, 어느 때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내게 찾아오는 ‘소소’한 감정과 ‘좋다’는 순간을 오래도록 맘껏 느끼고 즐길 수 있다. 행복에 빠질 수 있다.
일을 끝내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 = 돈을 벌면서 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이 정도면 매일이 행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