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있듯이 반려식물이라고들 부른다. 인간으로부터 채울 수 없는 위로를 받고 사랑을 주기 위해서 강아지를 키우고 고무나무를 키운다.
인간은 열 달 동안 배 아파야 하고 키우는 동안 맘과 몸이 힘들지만 반려동식물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낳고 키우면서 인간에게서 얻는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지만 그렇다고 사는 내내 아기 낳고 살 수는 없으니 동식물을 키우며 그를 대신한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한다. 혼자 사는 것이 쓸쓸하고 정 붙일 데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혼자 있으면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는 날들이 많은데, 그런 생활을 알기에 누구라도 하나 있으면 덜 외롭고 한 마디라도 하지 않겠냐는 의미일 게다.
형광스킨답서스라는 식물이 있다. 물은 자주 안 줘도 되고 벌레도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하나 구입했다. 1월 27일, 이 집에 들어왔다. 인터넷 판매 홍보용 글에는 공기정화식물, 홈인테리어 식물이라고 적혀있다.
우퍼 위에 올려 둔 그린 형광의 빛깔에 뿌듯함을 느낀다. 조금은 외따로운 듯 보여서 하나 더 사야 할지 하면서도 내심 자랑스럽다.
이 집에 들어오고 이틀 뒤엔가 잎이 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인터넷을 한참 뒤졌다. 그리고는 창가 자리로 이동시켰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통풍이 중요하단다.
이 아침 책상 옆에 있는 답서스를 바라보니 메마른 느낌이 들어 물을 충분히 적셔 주었다. 물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그러면 없던 벌레도 생길 것 같아 내심 걱정도 든다.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 것 같고, 줄기에 붙은 까만 무언가도 떼어줘야 할 것 같고, 잎의 먼지도 닦아줘야 할 것 같아 한 번 두 번 자꾸만 보게 된다.
아직은 물 주는 것 외에 답서스를 만지는 것이 두렵다. 손에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하지 않을까, 혹시 모르는 보이지 않는 꿈틀대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손 대는 것이 두렵다. 은근 신경 쓰이는 답서스에 한 켠에서는 갈등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동생 집에 갖다 줘야 하나, 벌레 생기면 그때 갖다 줄까, 이런 나의 마음을 답서스가알아챌까봐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반응하는 답서스를 바라보며 내가 너무 쉽게 이 집에 들인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리 편치만은 않다.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들 하고, 어딘가 마음 둘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거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이런 충동구매에 대한 죄책감도 생기고, 아니 이게 뭐길래 내가 이래야 하지 하며 화도 좀 나고.
이런 저런 이내 마음이 혼동스런 것은 답서스도 생물이니까 살아 있는 것에 대한 내 마음 속의 최소한의 예의이지 싶어 담담히 여기려 한다.
답서스를 키운지 1년이 지났다. 어쩌다 주는 물이지만 그도 놓칠 때가 있다. 물을 못먹어 바닥까지 쳐져있는 잎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고, 주위를 살피면서 내 생활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