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노마드의 향유 #14 _ 독서노트
올해 들어 자기계발 분야의 영어 원서들을 읽으며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Deep work(2016), Principles(2017), Atomic habits(2018), 읽는 순서는 달랐지만 발행년도가 유사하다. 이들의 특징은 실물들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연구를 했고, 그 연구결과를 각주 또는 부록으로 달아 신뢰도를 높였다. 당시 저작의 트랜드라고 해야 할까.
최근에 읽은 Think and Grow Rich(1937)는 덜 정제된 문장의 나열과 반복으로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서 읽는 것을 싫어 했던 30대와 영어공부라는 명목으로 읽고 있는 50대 중반의 나를 통해 자기계발서에 대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저자들에 의해 쓰였음에도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각 저자들은 자신만의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을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고, 그 근본적인 성공의 원리는 유사하다. 이러한 발견은 나로 하여금 자기계발서의 본질과 그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종종 자기계발서는 "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 꾸준한 노력의 가치, 긍정적 사고방식의 필요성... 이런 이야기들이 책마다 반복되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수많은 등산로가 결국 같은 산 정상을 향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각각의 자기계발서는 저마다의 독특한 초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책(Atomic Habits)은 습관의 힘을, 또 다른 책(Deep work)은 깊은 몰입의 가치를, 혹은 현명한 의사결정의 중요성(Principles) 을 강조한다. 이런 다양한 관점들은 마치 산을 오르는 여러 갈래의 길과 같아서,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지침서가 되고, 다른 이에게는 그저 뻔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 차이를 '절실함'으로 보고 있다.
젊은 시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기계발서를 찾곤 했다. 하지만 이때의 불안은 대개 막연하고 방향성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초조함... 이런 감정들은 자기계발서를 읽게 만드는 동기가 되지만,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진정한 절실함은 이와는 다르지 않을까. 구체적인 목표와 명확한 갈망이 있을 때, 같은 자기계발서라도 전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Think and Grow Rich에서 이야기하는 Faith(믿음), Burning Desire(강렬한 열망), Master Mind(협력적 지성)는 바로 이런 진정한 절실함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절실함이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야기"도 깊은 통찰이 되고, 작은 조언도 실천의 동력이 될 것이다. 반면 절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같은 내용이라도 그저 뻔한 좋은 문구로만 보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목 마른 사람에게 평범한 물 한 잔이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자기계발서의 진정한 가치는 독자의 절실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절실함이라는 것도 단순히 "간절하다"는 감정적 상태를 넘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의식과 실천 의지를 동반해야 한다.
자기계발서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안내자일 뿐이다.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절실함으로 전환하고, 그 절실함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계발서가 가진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자기계발서는, 때로는 위안이 되고, 때로는 도전이 되며, 때로는 깊은 통찰을 주는 동반자이다. 하지만 그 책이 우리 삶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결국 각자의 절실함의 깊이에 달려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