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노마드의 향유 #15 _ 독서노트
오십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가 있다. 지인들과 얘기하다가도 “당신, 몇 살이지?”, “아, 이제 시작됐네”, “어쩐지, 그럼 알겠네” 하는 새로운 과정을 겪고 있다. 오십 전에는 몰랐다. 맘과 몸이 서로 따로 논다는 것을. 마음은 벌써 저곳에 있는데, 몸은 이제야 발을 떼고 있다는 것을.
예전에 시간 없어서 기회 안 닿아 못했던 것을 지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행여나 다칠까 오히려 제한을 한다. 얼마전 파타고니아 빙하 트래킹 옵션 중 '50 이상은 신청을 받지 않는' 것도 있었다. 오십 넘으면 신체 반응이 맘같지 않다는 것을 전세계인이 겪고 있는 것이다.
문득 사는게 지겹다고 느껴진다. 더 끔찍한 것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고 밥먹고 이닦고 청소하고 화장실가고 하는 모든 것들이 지겹다. 나의 단점도 약점도 예나 지금이나 되풀이되는 것이 지겹다. 가족들의 버릇과 습관도 예나 지금이나 지켜보는 것이 지겹다. 친구들을 만나도 예나 지금이나 같은 고민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그들을 보면 지겹다.
앞으로도 재산, 건강, 피부 등 모든 것들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든다. 젊었을 때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모든 것들이 다 의미없게 느껴진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이루어온 결과'라는데,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나의 삶이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에 대한 보상이란 말인가?
이런 마음이 극에 달하는 때가 오십대인가. 오십쯤 되면 슬슬 다른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내가 나를 몰라주면 세상만사 서러운 일 투성이고. 더한 말들도 들려온다. “인생이 맘 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 없다”, “나이 들어 친구 사귀기 어렵다” 등.
“오십에 읽는 주역” 책을 읽으며 순간 순간 들었던 생각은 우리 시대 나 혼자만 겪는 오십이 아니구나, 예나 지금이나 '오십은 살아야 세상을 살았다'는 말을 할 수 있구나, '오십은 지나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획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다.
오십 중반인 내가 과거 50년의 삶을 해석하고, 현재 50대로서 처세를 강조하고,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문장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오십 년을 돌아보며
내가 오십까지 별 탈없이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그 이유를 표현한 문장들
1. 命은 원래 하늘이 내린 천명(天命)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무언가 받은 명이 있고, 이를 이루라고 주어진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2. 결국 이루고자 하는 일을 예정대로 달성해 내는 강한 운을 부여받은 사람은 그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3. 하늘이 보기에도 사람의 인생살이는 결코 평탄하지 않은 것이다.
4. 지금 이 길이 나의 운명이라면 내가 걷겠다, 내가 감당하겠다’ 마음먹고 기꺼운 마음으로 걷는다면 하늘이 지켜보며 기뻐할 것이다.
5.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불균형, 부조화, 결핍, 결점, 상처 등등. 아무리 떼 내고 싶어도 떼 낼 수 없는 지긋지긋한 그것, 그것이 초래하는 고통 등등이 각자의 십자가이다.
현재의 오십 대를 살아가며
부정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오십 대를 살면서 느끼는 점을 표현한 문장들
1. 오십쯤 되면 슬슬 다른 모든 것이 시들해진다.
2.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
3. 예와 의리는 하경의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경은 군자와 대인이 주도권을 확립한 세계이며, 그에 따라 규범이 확립된 세계다.
4. 사람은 자신의 할 일이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경계를 둘러침으로써 강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오십이라는 막중한 나이를 감당할 수 있다
5. 군자가 힘든 상황에서도 명을 버리지 않으면 하늘이 음으로 양으로 돕는데, 심지어 갑자기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지기라도 해서 군자를 돕는다.
앞으로의 오십을 바라보며
목숨값을 지키는데 도움될 만한 것을 표현한 문장들
1.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지나온 삶인 과거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2. 오십 대가 자족하는 삶을 산다면 좀처럼 큰 불행이 닥칠 일은 없다.
3. 어떤 일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자기가 속할 공동체를 잘 선택하는 일이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4. 군자라면 기미(결과의 길흉을 먼저 드러내는 미세한 움직임)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또 볼 수 있다.
5. 세상물정,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에는 각기 그 정이 있다. 정은 사람의 의식이나 생각보다 앞서는 것으로 이 세상에 소인과 비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결국 정으로써 말하는 역령 괘효사의 서술대로 미래가 전개되어 간다. 지상 세계가 변칙과 예외로 늘상 흔들리는 데도 결국은 영원의 추세로 되돌아가는 이유 역시 정이 그 원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