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 _ 살바도르 달리 사막

사막의 얼굴들

by 딸리아

볼리비아 남서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안데스 야생동물 보호구역 한복판.

해발 4,750m, 연간 강수량 100mm 이하의 극도로 건조한 고지대.

이름부터 낯설고 강렬한 이곳은, ‘살바도르 달리 사막’이라 불린다.


풍경은 형태도 거리감도 비현실적이고, 붉은빛과 황토빛, 자줏빛과 회색빛이 동시에 뒤섞여 있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듯 놓인 바위들은 버섯 모양, 동물 모양, 혹은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존재의 형상처럼 느껴진다.

20250102_칠레 가는길_165101.jpg 돌나무(Árbol de Piedra)

달리 사막에는 플라멩고 서식지 《라구나 콜로라다》가 있다. 붉은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새들의 모습은 사막의 황량함 속에서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잠시 후 도착한 《라구나 베르데》는 이름 그대로 청록빛을 띠고 있었다.

같은 사막 안에 이렇게 색이 다른 호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지구인가, 아니면 꿈인가.


살바도르 달리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의 배경은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풍경, 특히 카다케스(Cadaqués)와 인근의 카프 데 크레우스(Cap de Creus) 해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해안의 기묘한 암석 지형과 강렬한 지중해 햇살, 광야 같은 바위 풍경을 그림에 자주 넣었다.


반면, 살바도르 달리 사막(볼리비아)의 황량하고 불규칙한 바위 지형, 색채의 왜곡, 비현실적 공간감은 달리의 화풍과 놀랄 만큼 닮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그 사막을 보고 "달리 그림 같다"고 느끼며, 후대에 이 사막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즉, 달리가 이 사막을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사막을 달리의 그림처럼 여긴 것이다.


20250125_155236.jpg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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