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바닥에서 학벌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아 가던 4년 차. 업력 2N년 차 직업인의 학벌 세탁 워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오...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적당한 말로 마무리했다. 15분만 잠깐 보자고 했던 미팅은 꼬박 1시간을 채웠다. 학력 세탁이란 자극적인 워딩 뒤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었다.
1. 미래를 위한 투자
아직 네 연차에는 학벌이 크게 중요하거나 진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중에 더 높은 직급으로 갈 때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한 번 학력 점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SKY는 아니었던 것이다..)
2. 지금이 제일 적기
이제 3년 경력도 있으니까 MBA가 좋을 것 같다. 아직 어리고 시간이 많으니 고려해 봐라. 학교 졸업해도 계란 한 판도 안되지 않냐. 네가 새로운 거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잘 맞을 것 같다. 너는 영어도 잘하니까 해외대 MBA도 고려해 봐라.
3. 회사에서 배려도 해줄게
학교 갈 거면 우리 회사 다닐 때 가는 게 좋을 거야. 우리 회사는 재택도 있고 주로 정시 퇴근 하니까. 특히 금요일 저녁에 학교 가면 회사에서 시간도 조금씩 배려해 준다. 다른 팀에도 주말, 야간 석사 하시는 분들이 있다.
솔직하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1) 경력직으로 이직할까 봐 붙잡으시려고 이러시나.
2) 오. 이직 말고 학교라는 선택지도 있네?
3) 근데 나를 진짜 아끼시는구나.
사실상 3년만 채웠지 포트폴리오나 이력서 같이 실제적인 서류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여태 내 커리어에는 이직이란 단독 후보만 존재했는데, 이제 진학이라는 경쟁 후보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학생이란 신분이 더 이상 그립지 않은 멀쑥한 직장인이 되었는데, 다시 학교를 간다니. 게다가 전공이었던 경영을 다시 배우러 간다니. 당시에 MBA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다. 아니, 사실 그게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그래도 대학 시절에 한 번쯤은 주워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내 머릿속에 있는 데이터는 없었다.
그날 저녁 퇴근길에 구글 검색창에 처음으로 MBA를 검색해 봤다. 집에서 부모님과도 얘기해 봤다.
"보스랑 오늘 1시간 면담했는데 이런 이런이런 얘기를 하셨다."
"보스가 너를 진짜 아끼시나 보다. 그런 말씀도 스스럼없이 하시고."
맞다. 보스는 나를 아껴주시는 분이라 내가 생각한 1번의 의도는 없으셨을 거다. 한창 일 잘한다고 칭찬받는 주니어 마음속에 있던 은밀한 교만함이었으리라. (물론 실제로 잘하긴 했다. 여전히 난 주니어인가 보다.)
"한 번 고민해 봐. 보스가 말한 것 중에 거를 말이 없는 것 같아. 그 바닥에서 20년 있으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시고 말씀해 주시는 게 고맙네. 학벌은 의외긴 한데 또 그 연차에서 보고 느끼는 건 다를 테니까 고민해 보면 좋을 듯."
그렇게 시작된 MBA 알아보기 대작전. 두둥 탁!
ps. 썸네일은 실제 내가 면담 때 메모한 내용이다. 네. 모두 실화입니다..
- 『Ordinary J』 시즌1 2화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