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1화: 미국 첫날=개강 첫날

by 평범한 J

아 이거 안 되겠다. 시즌1을 천천히 쓰려했는데 역시나 그럴 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이제 일주일인데 하루하루 에피소드가 쌓여가서 언제 뭐가 터졌는지 기억이 안 날 지경. 시즌1은 다이어리를 더듬거리며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즌2는 매주 기록하는 게 좋겠다. 아마 시즌1의 4편보다는 훨씬 날 것의 기록이 되리라... 왜냐면 퇴고할 시간도 없을 것 같거든요..



7/6(일) 미국 출발 D-day

인천 공항에서 19:40에 출발해야 됐던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소식을 당일 아침에 문자로 받았다. 덕분에 나는 오전에 못 다 싼 짐을 오후에 마저 싸고 한국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자취가 처음이라, 미국이 처음이라, 큰 짐 싸는 건 오랜만이라 시간이 퍽 오래 걸렸다. 엄마랑 짐을 꾸렸다 풀었다, 아빠와 동생이 짐을 들고 체중계 위에 섰다가 내려왔다가를 반복했다. 가족 모두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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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부터 비행기 타기 전까지 눈물을 쏟던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교회 초등학생에게서 받은 편지에 답장하기 위해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를 쓰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언니가 날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내가 더 언니를 보고 싶을 거야. 초등학생 3학년이 한 말이 마음을 강타했다. 또 다른 편지는 나의 베프 언니 김 씨를 위한 편지였다. 비슷한 처지에 수험 생활을 함께한 언니, 수험 생활 후엔 서울을 쏘다니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한 언니.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추억이 있었다. 같이 갔던 <우연히, 웨스 엔더슨> 전시회에서 산 엽서를 꺼냈다.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금세 눈물이 앞을 가려서 편지를 쓰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여전히 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눈물이 마를 새 없이 쓰던 엽서는 미완성으로 내 책상 위에 놓고 나왔다. 그렇게 교회를 갔는데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매주 밥을 같이 먹고 삶을 나누던 식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헤어짐이 너무나도 크게 실감이 났다. 가족이란 이런 걸까. 이후 저녁에 엄마와 아빠랑 마지막 식사를 (아니 마지막이란 단어는 안 쓰기로 했다..) 했는데 엄청 눈물이 났다. 몸살감기 때문에 소화 잘되라고 밥은 슴슴하게 나물에 먹었다. 눈물이 났다.


공항을 가는 길에 친척들과 기도해 주신 지인분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못다 뵙고 가는 게 죄송하고 아쉬웠다. 떠나가는 이에게 보내는 든든한 응원들에 사뭇 감사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가까이 있다. 공항에서는 부모님과 1시간 정도 보낸 것 같다. 엄마랑 아빠랑 마지막으로 한 번씩 안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눈물을 가장 많이 쏟은 날로는 Top3에 꼽히는 날이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전화하면 엄마아빠는 공항을 떠나기로 했다.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페이스톡을 했다. 눈물을 숨겨왔던 엄마는 나를 보내고 나서야 그제야 눈물을 보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고 계셨다. 내 앞에서 눈물을 꽁꽁 숨겨뒀던 엄마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니 공항 한복판에서 전화하던 나도 엉엉 울었다.


게이트를 찾고 나서 연착 보상으로 받은 밀 쿠폰을 썼다. 2만 원을 꼬박 채우려고 핫 오미자 오렌지 주스와 수퍼 아사이 베리볼을 주문했다. 베프 언니가 원래 오늘 교회에 오기로 했는데 못 와서 페이스톡을 걸었다. 언니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아직 같은 한국땅에 있는데 왜 우는 거야. 언니의 하얀 뺨 위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해 그칠 새가 없었다. 이후 나는 눈이 따가워서 눈물을 그쳤다. 곧잘 평소처럼 재잘재잘 얘기를 했다. 그리곤 11시간 넘는 비행시간이 기다리는 델타 비행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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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기를 지닌 채 11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서 깨어있다가 또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 즈음이었을까. 온몸에 열감이 스멀스멀 바이러스 퍼지듯 느껴졌다. 생경한 감각에 깜짝 놀라 승무원에게 체온을 체크하고 싶다고 물었다. 놀랍게도 비행기에 체온계가 없다는 말과 함께 해열제를 받아 자리로 돌아갔다. 11시간 비행에 창가 자리는 피하도록 하자. 매우 친절한 뽀글 머리 장발의 미국인 추정 남성과 머리를 묶고 잠을 곧잘 자던 미국인 추정 여성은 친절했으나 잠자는 사람 깨워가며 화장실 가는 건 한국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려웠다.


11시간 비행 끝에 현지 시간으로 7/6(일) 19:40에 솔트 레이크 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허기가 져서 베이글과 핫 티를 시켰다. 팁을 줘야 되는 화면이 떴는데 선택지가, $1, $2, $3, other여서 나는 $1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말하길 서빙받는 게 아니라면 other로 해서 $0을 선택해도 된다고 했다. 일찍 알았더라면..) 그렇게 미국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게이트를 찾은 후 대기 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밀린 메일들을 확인했다. 학교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면 다 영어로 되어있어서 짜증이 난다. (네가 선택한 길인데 뭐 어쩌라고ㅠ) 학교 보험에 치과 항목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는데 넣기로 했다. 메일을 보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 3시간 반 비행하는 더 작은 델타 항공 비행기를 탔다. 현지 시간으로 23:58 자정에 비행기를 탔다.




7/7(월) 미국 D+1

3시간 30분 동안 잠을 자자 싶었으나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맞은편 라인에 갓난아기와 1-2살 되어 보이는 아기가 있어 내내 울었다. 아기가 깨서 울면 나도 깼고, 아기가 잠들면 나도 함께 잠들었다. 이게 바로 공동 육아? (아님.) 그렇게 자고 깨고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롤리/더럼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으로 아침 5:58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물을 뜨고 짐을 찾았다. 기숙사에 사는 동기에게 카톡을 남기고 리프트를 불렀다. 리프트 타는 곳으로 나갔더니 정작 와이파이가 안 되어 리프트 기사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기사님은 신기하게도 한국 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리안 아메리칸. 차에 탑승해 3-4분 지난 후에 미국에서 택시 기사에게 말 거는 게 괜찮은지 여쭤봤다. 그렇게 말문을 텄다. 기사님은 Chinese?라고 물었다. 내 이름이 한국인 같지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우리 아빠와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기사님은 63년생이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에 이민 와서 50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사셨다고 한다. 한국인이라 한식당을 자주 가신다며 근처 맛있는 한식당을 추천해 주셨다. 어눌한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학교 생활에 Good luck이라며 응원해 주셨다. 낯선 땅에서 만난 첫 사람이 한국인이라니.


기숙사에 도착했다. 동기는 1층으로 마중 나와 짐을 같이 들어주었다. 기숙사 하우징 오피스는 9시부터 열기 때문에 동기 집에 있는 창고에 짐을 보관했다. 별 거 아닌 부탁일 수 있지만 이제 두 번째로 얼굴 보는 사이에 아침 6:50에 가서 신세를 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동기와 함께 스쿨버스를 타러 07:45에 셔틀 타는 장소로 갔다. 집 앞에서 타는데 시간이 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와야 될 버스도 오지 않고 등교 시간은 가까워지자 옆에 있던 우즈베키스탄 친구가 리프트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덕분에 셋이 얘기하면서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내리자 친구는 택시비는 그냥 자기가 내겠다면 좋은 하루 되자고 했다. 착하다..


학교는 유튜브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겼다. 당연하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소를 방문한 느낌이랄까. 내 학교보다는 교환 학생 온 남의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큰 강의실에서 150명쯤 되는 학생들이 모여 첫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학교 스탭과 교수진은 친절했고 supportive 했다. (영어 써서 재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지적이었다고 쓰긴 좀 그렇지 않은가.) 낯선 땅에서 따뜻하게 환대받는 느낌은 참 좋더라. 고맙더라.


오티가 끝나고는 3~5명이 한 팀이 되어 미션을 수행해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미션은 학교 어느 사무실 앞에서 팀 다 같이 사진 찍기. 이를 비롯해 학교 스탭을 만나 업무 물어보기, 학교 역사에 대한 퀴즈 등이 미션으로 있었다. 학교를 쏘다니며 바깥과 안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지쳐 갔다. 아직까지 약발로 버티는 몸인데 첫날부터 이렇게 굴릴 줄 알았나.. 우리 그룹은 D11이다. 대만, 중국, 페루, 브라질,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황금 밸런스. 랜덤으로 뽑아서 만들어진 그룹이라 같은 나라인 사람이 한 조가 될 수도 있다. 실제 기숙사 동기 그룹은 동기 빼고 모두 남미 사람들이었다. 각설하고 팀은 생각보다 내향형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조용조용하게 조화롭게 움직였다. 그렇게 첫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다 보니 학교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학교가 끝나고 동기와 함께 한인마트에 가기로 했다. 그전에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AT&T에 가기로 했다. 리프트를 타고 간 통신사에서는 여권이 필요했다. 그렇다. 나는 비행 내내, 학교에서 내내 여권과 지갑을 사수하느라 지친 나머지 장 보러 갈 생각에 초록색 땡땡이 장바구니만 챙기고 여권은 집에 고이 잘 보관해 둔 것이다. 리프트를 타고 다시 집에 갔다. 택시비는 내가 내기로. 다시 도착한 AT&T에서 번호를 새로 만드는 데 통신비 관련해서 이야기를 듣는 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날이라 그런 것일까, 그냥 내가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일까. 그렇게 생각보다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한인마트에 갔다. 한인마트에는 없는 게 없었다. 한국어로 된 제품들을 보는데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눈이 편안했다. 당장 기숙사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장을 봐야 했다. 김치, 돼지목전지살, 두부, 계란, 토마토, 양배추, 간장, 고추장, 된장, 매실청, 식초, 후추를 샀다. 올 때는 마트에서 만난 차 있는 동기 부부가 차를 태워다 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집에 도착해서 짐을 조금 풀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21시가 넘었을까. 집에서 가져온 누룽지를 냄비에 끓여 먹었다. 김치도 없이 그냥 먹었다. 먹으면서 엄마와 페이스톡을 했다. 꼭 어디 여행 가서 엄마와 통화하는 것 같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리 침대를 주문하라는 동기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빴다는 핑계. 아니 사실이었다. 환승을 기다리는 비행기에서 산 매트리스는 화요일이 되어야 도착한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이부자리를 꾸렸다. 지금 봐도 너무 어처구니없이, 저항 없이 웃음이 나와서 사진을 첨부한다. 델타 항공에서 가지고 나온 담요를 깔고 3-4일 전에 코스트코에서 산 간절기용 침낭 이불과 경추 베개다. 카펫이 푹신해서 마침 침낭이라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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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D+2

새벽에 한 번 깬 거를 제외하곤 무탈하게 잤다. 바닥에서 잔 것 치고는 생각보다 결리는 데도 없었고 찌뿌둥하긴 했지만 이만하면 꽤 괜찮다 싶었다. 처음으로 셔틀버스를 탔다. 편하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수업을 들었다. 아뿔싸. 조별 과제가 있다고? 그 누구 하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들이 모여서 팀플이라니. 저희 이제 만난 지 이틀 차인데요... 아카데믹하기로 유명한 학교라더니 진짜였네. 그냥 외국인들 모여 놓고 영어 적응 수업인 줄 알았는데 case 가지고 45분 발표 팀플이라니 너무 빡세잔하요... 충격을 뒤로하고 은행에 계좌를 만들러 갔다. 가는 길 택시에서 은행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 16:04. 은행은 16시까지였다. 왜 나는 무턱대고 18시까지라고 생각했을까... 그렇게 두 번째 멍청 비용이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냥 택시 타고 기숙사로 돌아간 사람이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짐을 더 정리하고 근처 사는 중국인 집에 갔다. 중고 물품을 판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가는 길에 와이파이 설치를 위해 전화를 하는데 20분이 걸릴 줄이야. 집 앞에서 5분 넘게 더 통화를 하다가 들어갔다. 학생들이 남기고 간 온갖 물품이 집에 쌓여 있었다. 리빙 전당포라고 해야 되려나. 쓰레기통, 물 빠짐 접시 거치대, 중국산 빨간 드라이기를 사 왔다. 집에서 샤워 후 드라이기를 쓰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마른 머리에 했을 때 충분했던 바람이 젖은 머리를 말리는 데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반품 각이다. 접시 거치대(부족한 영어로는 그냥 네트라고 했다.)는 녹이 슬어서 그런지 검정물이 나왔다. 이건 좀 건강에 아니다 싶은데.. 이것도 반품 각이다. 집에 배송 온 매트리스를 펴서 어제 침낭이 깔려있던 구석에 두었다. 매트리스 프레임은 아무래도 사치다. 매트리스가 동봉되어 있던 비닐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이케아에서 사 온 녹색 커버, 인견 이불, 침낭 이불을 덮어준다. 꽤나 그럴싸 한 침대가 되었다.


저녁으로는 전날 사온 전지살로 수육을 했다. 나에게 조리 팬이라고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이케아 스텐 소스팬 하나가 다였기 때문에 요리 순서가 중요했다. 기름기 없는 음식 먼저. 양배추를 자른다. 소스팬 위에 포크와 숟가락을 넣어 약간의 높이감을 형성해 준다. 물을 자작하게 붓고 그 위에 양배추를 올려 찐다. 생각보다 잘 된다. 이후 세 덩이로 소분한 고기 중 한 덩어리를 넣어 앞뒤로 구웠다.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을 돌려 위에 김치 4조각을 올리고 양배추와 먹을 고추장도 한 스푼 올려준다. 생각보다 그럴싸한 한 끼가 완성됐다. 전날은 누룽지로 때운 거였으니 오늘이 오피셜한 나의 자취 첫 끼 되시겠다. 참고로 세제가 아직 아마존에서 배송 중이라 설거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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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수) D+3

셔틀버스는 오긴 오는데 시간에 맞춰 오지는 않는다. 어쨌든 기다림 끝에 버스를 탔다. 오늘은 수업이 두 개뿐이고 일찍 끝나는 날이었다. 첫 수업은 학교 출신 스포츠 선수들 패널이 나와서 세션을 진행했다. 스포츠에 정말 진심인 학교였다. 혼자 하는 운동만 즐겨 온 나로서는 스포츠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터일지도.


두 번째 수업은 case discussion. 케이스를 다 숙지하지 못해서 이름을 불리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으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대답하고 싶어서 안달 난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positive)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수님께 여쭸다. 난 한국에서 왔고 마케팅 백그라운드라 케이스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너무나도 압도당했고 팀에 기여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조언을 해달라. 교수님은 친절하게 그럼 자기에게 메일을 보내고 같이 1:1로 얘기하며 뭐가 문제인지 같이 풀어가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두 번째 수업 이후에 점심을 먹고 대망의 조별 과제가 시작됐다. 열심히 챗지피티를 돌린 내용을 숙지하며 뭘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 엄두가 안나 전전긍긍했다. 첫 팀플부터 못하는 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더 가까우려나. 다들 자기의 의견을 돌아가면서 말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내 의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섯 명 다 I 성형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조곤조곤하게 누구 하나 리드하는 거 없이 차례대로 말을 했다. 물론 나의 대화 포션이 작았지만.. 어쨌거나 consensus에 도달한 이후에 나는 서둘러 은행을 갔다.


리프트를 타고 Bank of America에 갔다. 15시 예약 시간에서 5분 정도 경과한 때였다. 혹시라도 안 들여보내주면 어떡하지 싶었으나 잘 보내주었다. 하라는 대로 쓰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사인을 하다 보니 통장과 데빗 카드를 만들었다. 이제는 애플 스토어 차례다. 미국 계정을 만들 수가 없어서 셔틀버스 앱을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 지역을 미국 계정으로 해도 되지 않았다. 동기가 애플 스토어에서 해결했다고 하여 애플 스토어로 향했다.


애플 스토어는 영어를 쓸 뿐 한국과 동일한 분위기였다. 직원들끼리 얘기하느라 손님이 말 걸기가 무색하달까. 여하튼 사정을 설명하니 약간 이 스토어 대빵인 것 같은 연륜 있어 보이는 키 크고 캡 모자를 뒤로 쓴 남자분이 나를 가이드해 주셨다. 그렇다. 또 잘 안 들린다. 대충 내 폰에 있는 내용을 내 맥북에 넣고 폰 계정을 만든 후 맥북에 있는 걸 다시 폰으로 넣어주겠다는 거였다. 와중에 맥북 업데이트도 기다리고, 폰 넣는 것도 기다리느라 대기의 대기의 대기의 연속이었다. 매장이 추웠는데 겉옷을 입어도 반바지 입은 다리가 휑해서 책가방 비 가리개로 다리를 덮었다. 노란 형광색 가방덮개로 매장에서 호달달 떨고 있으니 참으로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가 나한테 귀걸이가 예쁘다며 말을 텄다. 한국에서 혼자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고 하니 할머니는 힘들겠다며 무슨 일이 있을 때 연락하라고 번호와 이름을 적어 주셨다.


어쨌거나 맥북의 내용을 폰으로 옮기려는데 안 됐다. 원인은 한국에서 다운받은 어떤 앱이나 구독 서비스가 미국 위치 허용을 안 하기 때문이라는데.. 결국 2024년 8월에 아이클라우드에 백업된 버전으로 폰을 백업했다. 그렇다. 그냥 앱을 싹 다 다시 다운로드하아야 되고, 사진 다 날아갔다. 한국 가서 내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하면 보일 거라는데.. 과연..? 3시간 넘게 애플 스토어에 묶여서 영업 종료 시간 20시가 되기 10분 전에 용량이 초기화된 쌩폰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아니. 이게 이럴 일이야?


개빡침과 피곤함을 뒤로하고 리프트를 불렀다.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비가 잔뜩 오려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저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부슬비가 서서히 내리기 시작해서 배낭에서 다시 덮개를 꺼내 배낭을 덮고 택시로 뛰어갔다. 택시를 타니 한국분이셨다. 코리안 아메리칸이었다. 중학교 이후로 오셨다나.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셨다. 역시나 맛있는 한식당을 추천받고, 교회도 추천받았다. 이 동네 교회에 대해 약간의 히스토리를 들어서 교회 선택하는 데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가는데 바람이 거세지고 비가 휘몰아쳤다. 보통 이런 날씨에 사람들이 우비 쓰냐 우산 쓰냐 물어봤다. 기사님은 이런 날씨에는 나오면 안 되죠!!!!라고 하셨다. 그렇다. 이 날은 허리케인 영향권이라 그런지 바깥에 나오면 안 되는 날씨였다. 기사님은 이번 주에 왔으면 집에 먹을 것도 없겠다며 저녁거리라도 햄버거라도 사 가라고 챙겨주셨다. 애플 스토어에서의 대기에 지친 나는 그냥 집에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내렸다.


집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렇게 늦게 다니면 안 되는데, 이미 해가 많이 지나 어둑어둑한 시간이었다. 와중에 와이파이 기계가 도착해서 헐레벌떡 설치했다. 그동안 와이파이가 안되어서 얼마나 난감했는지... 핸드폰 하나로 모든 숙제와 영상 통화, 검색 등등을 해야되어 뜨거운 핸드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직접 와이파이 기계를 뚝딱뚝딱 설치하니 비로소 어른이 된 이 기분. 안해봐서 그렇지 하면 나 꽤 잘하네.


걱정했던 엄마아빠에게 영상통화를 걸고 하루의 일을 얘기했다. 집안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으니 곧 자야 될 시간이 되었다. 팀플 단톡에 해가야 될 게 있냐고 물었으나 딱히 없다고 했다. 분명할 게 많을 텐데... 외국인이라 좀 chill한가 싶었다. 나도 모르겠다 싶어 일단 냅다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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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목) D+4

핸드폰을 싹 밀어버린 탓에 위챗도 먹통이었고, 학교 계정 로그인에 필요한 Duo 앱도 먹통이었다. 수업 출석 체크도 못하고, 메일도 못 사용하던 터라 교수님께는 지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급히 보냈다. 학교 IT팀에 메일을 보내니 금방 답장을 받아 빠르게 해결했다. 험난한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하나 듣고 다시 팀플 시작. 다들 성향이 둥글둥글해서인지 진전이 굉장히 느렸다. 한국이었다면 내가 총대 매고 어떻게든 끌고 갔으련만, 케이스가 처음이고 너무 한국식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여차저차 진행이 되고 피피티가 완성되었다. 서둘러 18:10에 나와 저녁 야구 게임을 위해 차를 타러 갔다.


차를 태워준 고마운 친구는 중국에서 온 친구였다. 차에는 일본인, 한국인 두 명, 중국인 친구가 타고 그의 남편이 운전을 했다. 하얀색 테슬라에 타고 무사히 경기장에 도착했다. 해가 있지만 비가 왔기에 경기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첫 무지개도 봤다. 신기하게도 비가 점점 그치고 경기는 딜레이 되지만 재개할 거라고 해서 Free hotdog를 주는 곳으로 갔다. 학교 친구들과 밍글링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참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이 모였다. 여기서 난 뭘 배워야 되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차차 알아가 봐야겠다.


경기를 보다가 차 있는 한국인 동기가 집을 간다길래 차를 얻어 타기 위해 냅다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 차가 없으면 나의 귀가 시간은 카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덕분에 편하게 집에 도착했다. 아마존에서 온 택배를 정리하고 다음날 있을 발표를 위해 준비했다. 챗지피티로 스크립트를 짜고 쭉 외웠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외국인들 앞에서 하는 첫 영어 발표라서 일단 달달달 외웠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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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금) D+5

드디어 발표날. 09:30~10:00에 만나는 줄 알았는데 아뿔싸 09:30이 약속 시간이었다. 학교 셔틀 앱을 확인하는데 실시간 버스 위치가 뜨지 않았다. 셔틀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아서 리프트를 불렀다. 4분 뒤에 도착. 아 이미 늦는데.. 그러던 차에 셔틀이 왔다. 셔틀 타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리프트를 취소했다. 취소 fee $5. 일찍 일찍 미리미리 약속 시간 잘 확인하고 일찍 나왔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 역시나 멍청 비용이다. 늦을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그룹챗에 남기고 부랴부랴 학교를 갔는데 35분에 도착해 팀룸에 가니 40분이 되었다. 나보다 먼저 올 것 같았던 늦을 거라던 2명이 없었고 2명만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갈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그룹챗에 썼는데 내가 3등이었다. 참 머쓱하고 이상한 이 기분.


발표 리허설을 시작했다. 후. 더 외워야 되는데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대만 친구는 정말 네이티브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했다. 난 언제 저렇게 말할 수 있으려나.. 점심은 브라질 친구와 먹고 세미나실에 갔다. 세 팀 중 우리 팀이 마지막 발표였고 첫 번째 발표 때는 피드백을, 두 번째 발표 때는 Board 멤버가 되어 질문을 해야 했다. 모든 팀의 결론이 다 다른 것도 신기했고, 질문하는 포인트도 신기했다.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구나. 저 포인트에서 이런 걸 물어보면 좋겠구나.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되나 보다. 감을 잡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대망의 발표. 앞에서 Executive summary, problem definition, Options, Why this option에서 질문에 대응하느라 내 순서가 되니 발표시간이 10분도 채 안 남게 되었다. 연습할 땐 천천히 말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급한 마음에 호다닥 말하려니 말이 꼬이고 말이 꼬이니 자꾸 대본을 보고 읽게 되었다.... 정말 최악이야... 결국 스크립트에 있는 마지막 한 줄은 채 읽지도 못한 채 박수를 받으며 첫 발표를 마무리하게 됐다. 다행(?) 히 내 파트는 후루룩 가느라+시간이 없어서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보통 Executive meeting에서는 노트를 들고 가지 않는다고. 다음엔 자유롭게 fly하면서 발표하면 좋겠다는 피드백과 함께 내가 하는 말 중에 꼭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그건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이는 PPT에도 적어놔야 된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내가 지키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런 피드백을 서로 주기에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거겠지. 나의 첫 발표는 얼레벌레 호다다닥 마무리가 되었지만 나의 두 번째 발표 때는 좀 더 연습하고 의연하게 자연스럽게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시간이 밑거름이 되기를.


수업이 끝난 후 한국인 동기들이 모여 그동안의 회포를 풀기로 했다. 한식당에서 후라이드 치킨, 마늘 치킨, 김치볶음밥, 해물 파전을 시켰다. 치킨은 튀김이라 맛있었으나 나머지 둘은 별로였다. 그래도 남은 음식은 생존을 위해 포장해 왔다. 묵은 회포를 풀고 한국에서의 커리어에 대한 썰이 오가니 3시간이 훌쩍 넘었다. 다운타운에 온 김에 근처 마켓에서 장을 봤다. 체리가 제철이라 싸고 맛있다는 말에 나는 약간의 사치를 부려 체리를 사봤다. 바질 화분을 샀다. 잎은 따 먹고 나머지는 키우면 다시 자라지 않을까 싶어서. 그밖에 1+1 하는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마늘, 양파, 버섯 등 어디에 쓰일진 모르겠으나 어딘가에는 필요한 재료들을 샀다. 집에 뒤늦게 들어가니 피곤이 몰려왔다. 맥주 한 잔을 해서 그런가 더 피곤한 느낌. 부모님과 느지막이 영상통화를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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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토) D+6

미국에서 맞는 첫 번째 토요일. 할 일이 태산이다. 오전에는 밀린 빨래를 했다. 마침 수영장이 열려 있어 들어가 봤는데 나오려고 하니 문이 안 열렸다. ㅈ됐다. 아니 들어올 때는 멀쩡하게 열렸는데 왜 안 열리지.. 차분하게 담을 넘었다. 이후 Housing office 방문해서 Inspection Form을 내려했다. 오피스에 방문해 보니 폼에 뒷 면도 (사실 여기가 앞면인데)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종이는 앞뒤로 잘 살피자. 수영장 출입키도 받고 메일함도 확인하고 쓰레기장도 확인하고 Gym 위치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남은 맛없는 김볶밥과 치킨 두 조각을 데우고 점심 친구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마저 시청했다. You're my soda pop. My little soda pop. 유치하다 생각하면서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밥을 먹고 다시 집에서 인스펙션을 하는데 생각보다 안 되는 게 많았다.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하우징 오피스에 가서 다시 제출했다. 이후 짐에 가봤다. 그냥 단칸방에 머신 4-5개 꾸역꾸역 넣어둔 게 다였다. 프리 웨이트를 하려 해도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하기 어려워 보였다. 유산소 머신 3개에 벤치 의자 1개, 다용도 프레스 머신 1개가 끝이다. 여기서 1년 잘 버텨 봐야지 뭐 어떡해. 20분 러닝 머신으로 웜업을 하고 다용도 머신 1개로 40분 가까이 여기저기 무게를 쳤다고 하기엔 머쓱한 운동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마저 빨래를 정리하고 짐도 택배도 정리하고 낮잠을 잤다.


3시간 가까이 잠을 자버렸다. 일어나서 토마토 카프레제에 바질잎을 곁들여 먹었다. 모차렐라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 집에서 엄마가 사주는 유기농 질 좋은 식재료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돈 없는 유학생의 삶은 빈곤하다. 5년 넘도록 직장인이 되어 꾸준한 현금 흐름을 가지고 있다가 풀타임 학생이 되어 현금 흐름 없이 통장을 갉아먹는 삶을 사려니 참 어렵다. 마음가짐이 특히 그렇다. 어차피 2년간 돈을 펑펑 쓰는 삶을 살아야 된다면 좀 더 즐겁고 마음 좋게 쓰고 싶다. 막상 마트 가서 가격표를 보고 통장에서 돈이 물 새듯 줄줄줄 흐르는 걸 보면 그게 잘 안된다. 마음가짐에 신경 써야 되겠다.


뒤늦은 저녁을 먹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나 글쓰기 모임에서의 숙제가 생각나서 브런치를 켜고 일주일을 회고하다가 결국 12시에 잤다. 온라인 강의는 안 듣고 글쓰기만 2시간 했으려나. 그래도 수요일까지밖에 쓰지 못해 내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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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일) D+7

아침에 일찍 일어나 교회를 갔다. 큰 교회였고 셔틀이 있는 유일한 교회라 갔다. 감사하게도 어떤 자매님이 라이딩을 해주셔도 편하게 오고 갔다.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모여있으니 사뭇 어색하기도 했다. 한국어 사이에서 영어가 섞여 들리는 게 미국은 미국이었다. 새 신자 웰컴팀의 형제자매님은 친절하셨다. 규모가 있는 곳에서의 신앙생활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염려가 앞서기도 했다. 예배가 끝나고 스벅을 다 같이 가는데 나는 그냥 집으로 왔다. 이 교회에 안 다닐 수도 있으니까 첫날부터 너무 진도를 빼고 싶지 않았다는 솔직한 마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의 신앙 배경에 대해, 학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짧게나마 이야기하자 자매님은 공감해 주시며 내가 교회에서 잘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그런 말을 들었다. 잘 누리는 것. 이 땅에 온 이유를 차차 찾아가야겠지만 아무래도 첫째는 내가 이곳에서 잘 누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준비해 두신 하나님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교회를 새로 찾고 공동체를 찾아 나서는 건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인 것 치고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교회 가는 차 안에서 자매님 얘기를 듣다가 알게 됐다. 그저 이전 교회에서처럼 나에게 잘 맞는 공동체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지. 그 외에는 뭐.. 이런 중대사에 이 정도로 끝나다니 나도 참 대책이 없는 듯하다. 예배 시작 전에 이곳이 그곳이라면 확신을 많이 달라고 했다. 사실 뭐 어떻게 하자는 약속까지는 못했고 나도 뭐 어느 정도 마음이어야 확신이라 느낄지도 모르겠고. 일단 한두 달은 교회 투어 할 생각이긴 해서.. 여하튼 집 가는 길에 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PK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니 어쩌면 여기가 그곳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주일에 참석하지 못하고, 아마 그다음 주에 교회를 가게 될 텐데, 다른 교회를 가볼지 여기를 다시 가볼지 아직은 고민이다. 설교 말씀은 명확한 to do가 세워져서 좋았다. 덕분에 돌아오는 주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5분 기도하기라는 목표가 생겼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냐가 나의 우선순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야될지(아마 바쁘게 살겠지만)에 대해 고민하던 터에 설교 주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였다. 거룩한 행실과 경건함으로 주님의 재림을 간절히 기다리며 살라. 주 앞에서 점도 없고 흠도 없이 평강 가운데서 나타나기를 힘쓰라. 이 땅에서 영적인 근력을 기르고 올해 주신 말씀처럼 강하고 담대하게 살리라.


지금 시각은 13:51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브런치를 마저 쓰고 있다. 첫 주라서 길고 상세하게 쓰지만 아마 다음 주에는 더 간략해지고 그다음 주는 더더 간략해지고 앞으로 더 간단해지더라도 그때그때 어딘가에 꾸준히 기록하는 게 목표다. 일단 이번 주는 브이로그 쇼츠 5개를 업로드했다. 짧게나마 매일매일 영상으로 기록하는 게 나중에 보면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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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일

곳곳에서 만남의 축복을 허락하신 것

큼직큼직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것

전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

한국에서 있던 이명이 여기서는 신기하게도 아직 없다는 것

한국에서 몸살감기였는데 그래도 이만치 나았고 잔기침만 남은 것

무난무난하고 정적인 분위기에 내가 적응하기 좋은 우리 팀 구성

깨끗하고 넓은 집, 넓은 내 방,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내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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