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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Mar 02. 2024

[오늘의탐색] 볼더링 bouldering

친구들의 은혜로움으로 베를린에서 새해맞이 떡국과 생선전, 호박전, 팽이버섯전을 먹다가(상상도 못 한 일정) '짧은 시간 내 성취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운동이라는 말에 혹해 바로 다음날 노이쾰른 지역에 있는 한 실내암장에 가기로 급 결정. 

전 직장 동료 중에 클라이밍 매니아가 있었는데 그녀를 보고 극강의 스포츠인들만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었다. 근육이 1도 없는(이라고 누가 말했다), 인생의 반을 불현듯 찾아오는 허리통증과 함께 무사히 살아내기 위해 꾸역꾸역 필라테스만 하는 나에게는 언감생심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아니면 그래서 몇 번 제안하는 친구의 말에 넘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이번에 마음먹고 갭이어를 선택하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하지 않은 것들을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었다. 친구는 그 틈새를 찾아 절묘하게 훅을 걸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보들도 도전할 수 있고 단계단계 올라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인 것이 완.전. 맘에 들었다.


생애 최초 실내 암벽등반.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고, 

과제 수준이 단계별(컬러로 표시)로 나뉘어 있는 데다 단계별 여러 개의 과제들이 주어져 본인 수준에 맞게 시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또 암장(암매장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_- 암벽등반을 하는 곳)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일정 기간마다 홀더를 변경 배치해 같은 암장을 방문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가 나온다고 한다. 

복장도 각양각색이다. 나시티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부터, 맨투맨에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까지. 반드시 챙겨야만 하는 것은 딱 두 가지. 손에 바르는 초크와 암벽등반용 신발인데, 이건 암장에서 쉽게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즉, 일단 마음만 먹으면 주변사항들로 인한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볼더링(볼더링은 보호 장비 없이 혼자서 암벽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 클라이밍은 2명이 파트너가 되어서 하는데, 사진이나 영상에서 봤을 법한 산악등반 할 때 클립을 끼워가면서 같이 올라가는 바로 그거! 파트너와의 신뢰가 중요하단다) 또한 하는 걸 보면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 

겁 많은 내 성격이 보인다. 안전하다고,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한 손 또는 한 발을 짧은 순간 공중에 허락할 수 있는데 나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내가 딛고, 잡고 있는 각각의 부분이 제각기 나를 잡아주고, 버텨있는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머뭇거린다. 

이건 올라갈 때뿐만 아니라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목표지점을 터치했더라도 두 발 또는 엉덩이가 안전하게 바닥을 딛는 순간까지가 하나의 싸이클이고 그때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착지가 완성임을 기억해야 한다.(그래서 낙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때의 나는 낙법까지 배우지는 못하고 그저 올라가는 것과 같이 엉금엉금 내려오는 것으로 해결) 무엇이든 올라가는 것과 내려오는 것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멜랑꼴리 한 생각 잠시 침투. 

 

높이 때문에, 불안감 때문에 다음 지지물이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고, 순간순간 무서운데(심지어 내려와서 보면 무릎 높이인데, 그 위에서는 무서워서 그냥 뛰어내릴 수가 없다) 끝에 다다라 목표지점에 두 손을 터치했을 때, 그리고 다시 안전하게 내려와 땅에 발을 딛는 순간. 해냈다는 만족감이 정말정말 크다. 

첫날인 오늘, 자세는 엉성하고 근력이나 기술보다는 그저 팔다리의 길이와 유연성만으로 해결한 것들이 다였지만, 다음에 다시 하게 된다면 과제 풀이(어떤 루트를 통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가)와 근력을 조금이라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 

끝내고 나서는 길, 온몸의 움직임과 성취감으로 도파민이 돌아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살아있다는 느낌에 흥분되었다. 얼마 만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흥분을 느꼈던가. 서울에 돌아와서도 시도해 보고자 마음먹었다.

여행 중 최고의 시간으로 당당히 랭크! 

다음날 시간이 지날수록 팔다리가 쑤시는 건... 예상된 후유증 ㅠ.ㅜ 

암장 입구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후다닥 / 기본 단계 과제 수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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