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노화와 피로의 어느 사이

2022년 5월 #1

by 올디너리페이퍼

5월입니다. 5월 1일이란 날짜를 보니 노동절과 지난 <메이데이>가 떠오릅니다. 아직도 가끔 <메이데이>에 사용됐던 음악들을 찾아 듣곤 합니다. 리듬감이 있는데 슬픈, 신나는데 눈물이 나는. 이어서 오래전 천계영의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가 떠오릅니다. "슬플 때 나는 이렇게 음악을 들어"라며 음악이 나오지도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던, 다리가 비정상적이리만치 가늘고 긴, 남자라기엔 소년. 그런 만화의 주인공이면 그 정도 다리는 가지고 있어야 하죠.ㅎ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찬란하고, 구름은 가볍게 내려앉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맑은 공기에 다소 추운, 그런 날이었습니다. 정문의 나무는 이제 완벽하게 초록잎으로 뒤덮여 센 바람에 초록물결을 만들어내며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공연이 막을 내렸습니다. 참여자들과 마지막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잠깐 가졌는데, 따뜻한, 좋은, 빛나는, 감사한, 치유되는, 영광..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모든 순간이 좋기만 하지는 않았겠지만, 모두가 과정과 마지막을 좋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행복한 그런 공연이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공연도 가능하고,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 같아 다행스러웠습니다.


반복해서 우울한 얘기만 하는데, 요즘은 정말 몸이 좋지 않습니다. 몸이 너무 무겁고, 목과 어깨가 아프고, 콧물이 계속 나고, 자다 깨서 목 안의 피맛을 느끼다가 다시 잠들고, 미치도록 졸리고...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어쩔 수 없다. 노화야.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여. 가벼운 한약이라도 좀 먹어봐"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한약 먹으면 나중에 죽을 때 쉽게 안 죽어서 고생한대...라고 말했지만, 귓등으로 흘려 들었던 한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의 말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리고 정말 노화인가, 결국 한약이라도 한 재 먹어야 하나... 생각합니다. 봄이라서 찾아오는 증상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역시 노화의 큰 한 마디를 지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확실한 기운이랄까요. 사실 한약 한 재 먹고 괜찮아진다면, 두 재인들 못 먹을까요. 근데 그보다 한의원에 가서 침이라도 맞아야겠습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커피 배달하지 않기, 식사 가능한 포장 해서 픽업하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식사야 그렇다 치고, 어느 순간 1일 1 커피 배달이 일상이 되었는데, 실천 없이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워서요. 모든 걸 끊어낼 수 없고, 모든 걸 실천할 수는 없지만, 하나씩 또는 한 번씩 줄이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합니다. 재작년부터 사무실에서도 일회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작년 어느 시점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고체치약은 꽤 만족스럽고, 이제 매일 텀블러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엌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많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편도 아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버릴 것들 정리를 하다 보면 양이 꽤나 많습니다. 다른 집들이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면 정말 입이 떠억떠억 벌어집니다. 양은 둘째치고 엉망인 상태로 내놓는 것을 보면 성질이 날 때도 있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그냥 나부터, 내 주변부터... 하나씩... 생각해야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했다고, 그 공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적으로 공연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는 고생한 친구들과 시간을 좀 가져야겠습니다.

그 친구들이 그걸 바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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