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
문득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느껴질 때, 무가치하다 느껴질 때,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될 때
모든 것을 멈추고 싶거나, 그냥 무작정 엉망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상해진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고, 변화된 것도 없지만 그런 상황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그 잠시가 하루가 될 수도, 일주일이 될 수도, 한 달이 될 수도, 어쩌면... 일 년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제 다시 해야겠다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무작정 이런 말을 적고 싶었습니다.
지구, 기후위기, 인간, 무언가를 죽인 힘으로 살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있는데 그 페이지에 우수한 등급의 한우를 소개하는 광고창이 같이 있습니다. 롤링 광고겠지만, 컬러도 메시지도, 하나의 페이지에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 이 상황이 모두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의 삶에서 소소한 이야기였던 자연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일하는 곳에서도 시작되고, 본격화되고, 다시 일상으로 들어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한 채식(위주의 섭식생활)이 몇 년 사이 어느 순간 당위성을 얻게 됩니다. 어쩌면 멈추지 못할, 발 빼지 못할 가치가 의도치 않게 내려앉음으로써 의무감을 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인 척, 좋은 동료인 척, 좋은 선배인 척, 좋은 후배인 척, 좋은 연인인 척, 좋은 친구인 척, 좋은 무언가인 척. 굳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분명히 좋기만 한 사람도 없고, 항상 좋기만 한 때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참 힘들어집니다. 아니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관계, 개인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가 또한 그렇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을 조금, 이따금, 계속해서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수양이지만 동시에 지치거나 들켜버리는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 때문에 또 자책하며 수양을 해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만큼 아침과 저녁이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겨울옷을 아직 넣을 수가 없는 때입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 더욱 신경이 쓰이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또다시 엉망이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겠지요. 아니 어쩌면 지금 엉망이 되어가고 있거나, 아직 엉망인 채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망가지지는 않은. 그런 봄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