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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May 30. 2024

[오늘의단상]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

영화 정욕, 正欲, (Ab)normal Desire를 보고

영화 시사회 표가 생겼는데 볼 생각 있느냐는 문자에 제목을 확인했다. 

정욕이란다.

정욕?! 제목이 뭐 그래. 그런 영화를 꼭 봐야 할까.

正欲, 바른 욕망? 흠. 좀 다르네. 시간 있는데, 한 번 보지 뭐.     


누구 말대로 무척이나 '일본영화스럽다'.

그 일본영화스러움이란 보통 완전 좋거나, 완전 안 좋거나로 나뉜다. 그 중간의 어느 지점은 거의 없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내일 살아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한 남자. 세상의 모든 메시지가 내일과 미래를 예정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의아하다. 

타인과의 사회생활과 가족과의 가정생활 정해진 길을 착실히 걸어왔을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 유튜버가 되겠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아들과 그런 아들 편을 들어주는 와이프가 탐탁지 않다. 

마트 매장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는 한 여자. 그 외에는 다른 누구들과도 삶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할 수가 없다.

남자의 눈짓과 손짓 모든 게 싫은 한 여자 대학생. 그런데 다양성 축제를 준비하며 유독 한 남자에게 자꾸 눈이 가고 먼저 손을 내밀고 싶다. 

댄스 동아리에서 격렬한 크럼프를 추는 한 남자 대학생. 땀 흘리며 춤만 추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여자가 불편하다. 


모두가 고독하고, 말이 적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없고, 

상대적으로 말을 좀 하는 변호사 아빠는 가족들과의 생각 차이로 점점 단절된다.

그래서 이들이 어떻게 엮일지 가늠이 안된다. 

그리고 반복 등장하는 "물을 틀어놓은 채 수도꼭지를 훔쳤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 


이들 중 몇은 타인과는 다른 욕망과 취향 때문에 다른 이들과 사회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안 한 채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살아간다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살아있음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리고 깊숙이 숨겨두었던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래서 연결되었을 때 그들은 드디어 살포시 자신을 드러내고 살아있게 된다.

영화는 제목과 카피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솔직하게 묻는다. 사람들이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질문을. 그리고 영화도 그 답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일본 작가 아사이 료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다는,

그 동명의 원작소설이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이 영화는 

시작 전 134분의 긴 러닝타임이 두려움을 주었지만, 막상 관람 중에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그 시간도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도 많은데 6-8회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그래, 몇 명은 전사가 너무 단편적으로만 나와서 아쉬워,

아니면 등장인물을 과감하게 줄여서 있는 인물에 좀 더 집중하든지,

그런데 이미 등장인물이 그닥 많지 않은데, 

은밀한 비밀이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어,

오히려 갑작스러운 반전 전개에 놀랐지, 살짝살짝 언급되던 내용이 그렇게 연결되네,

다양성이라는 게 일본이랑 우리나라랑 받아들이는 게 많이 다르겠지,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의 범주나 구성원에 따라 따라 많이 다를 텐데,

아~ 그 장면에서 그 사람이 꽂혔던 건 바로 그거구나(혹여 스포가 될까 봐 대명사 남발),

여자의 학창 시절 학생으로 나온 배우 정말 매력적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영화를 같이 본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공연이든 영화든 대부분 혼자 보게 되지만,  

동시에 관람 후 소소한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가장 좋기도 하다. 


일본 정서를 물씬 풍기는 <정욕>은 누구나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개봉하는데, 상영관이 너무 적다. 

개인적으로 사건보다는 인물 묘사를 어떻게 했을지 원작 소설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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