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건강한 먹거리에 눈 뜨다

비로소 나를 돌보다

by 여느

요리의 시작과 함께 전에 없던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식재료이다. 요리하지 않을때엔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가끔 할 때에도 그저 가격이 저렴하거나 같은 가격이면 양이 많은 것을 고르곤 했다. 가격 비교도 깊게 따져보는 편도 아니었다. 관성적으로 기존에 사던 상품을 빠르게 집어서 계산하는 식이었다. 장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도 많다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귀찮기도 하고 시간을 그리 들이고 싶지 않은 영역이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먹을 재료를 고르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가격보다도 신선하고 건강한 것 중심으로 소비하게 된 것이다. 예전엔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농산물우수관리제도)나 유기농, 무농약 인증마크에 대해 무관심했고 어떤 의미인지, 각각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먹게 될 이유식 재료를 고르려다보니 이러한 인증제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크가 있다는 건 무언가 좋은 의미일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검색을 통해 간략히 공부까지 해보았다.


찾아보고 파악한 결과 GAP는 농산물 생산 전반에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된 농산물에 부여되는 인증이었다. 종자에서부터 농약, 비료, 수질관리에서 수확 후 보관 시 위생문제까지 모두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GAP는 농약과 비료를 일정량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무농약은 말 그대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는 의미인데 화학비료는 소량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유기농은 농약도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에 대한 인증이었다. GAP는 주로 관리체계에 대한 것이고 무농약이나 유기농인증은 농약과 비료의 사용여부에 대한 것이라 결이 조금 달랐다. 따라서 GAP마크와 무농약/유기농마크가 동시에 있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GAP와 유기농마크가 함께 붙어있다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아이가 미음으로 접하는 인생 첫 쌀을 무농약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무농약 인증쌀을 구매했다. 예전에는 무농약 재배 쌀이 가능한지, 판매 중인지조차 몰랐는데 말이다. 그저 몇 번 물로 잘 씻어서 먹으면 되는 줄만 알았는데 아예 무농약이라하니 더욱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었다. 아이 쌀과 어른 쌀 구분해서 먹는 것도 조금은 웃기고 관리가 번거롭기도 해서 덩달아 같이 무농약 쌀을 먹고 있다. 채소나 과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채소도 가능하면 유기농이나 무농약으로 고르게 되고 인증된 상품이 없다면 GAP라도 받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GAP 인증을 받은 상품은 많은 편이라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버섯류는 재배과정 특성상 대부분 무농약 인증을 받기에 고민 없이 집을 수 있다.


축산물에 대한 인증제도 별도로 존재했다. 우선 무항생제 육류가 대표적이다. 닭이나 돼지, 소 등을 사육할 때 항생제·항균제·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무항생제 인증을 받는다. 예전에는 이런 분류 자체가 잘 없었던 기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렵지 않게 무항생제 육류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육고기 외에 달걀과 우유도 축산물에서 나오는 식재료인만큼 무항생제 인증이 존재한다.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무항생제보다 더욱 안전한 것은 유기농 인증이다. 소고기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자연방목하여 자연스레 목초를 먹으며 자란 경우가 가장 좋으며 이러한 경우 당연히 유기농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므로 소 한 마리당 일정 수준의 공간을 제공하고 풀을 먹였다면 유기농 축산물로 분류된다. 호주산 소고기에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산으로는 우유나 달걀에서 유기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세히 알게 될수록 인증마크가 있는 식재료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처음엔 아이를 위해서 시작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의 건강을 넘어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자연친화적인 식품을 고르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넓은 사육공간을 제공하고 약물을 투여하지 않는 사육 방식은 동물복지의 질을 높인다. 그리고 이것은 곧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 나아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 토양오염을 막을 수 있다. 즉 내 아이를 비롯한 후손들이 자라날 환경을 보호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다.


가격이 다소 비싼 탓에 인증 제품을 집는 것이 망설여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당황스러울 때는 선택지가 부족할 때이다. 무항생제나 유기농 제품이 없을 때 참 난감하다. 그럴수록 나 하나부터 꾸준히 친환경 식품을 소비해야겠다는 신념이 생겼다. 작은 흐름이 모이다보면 기업에서도 재배와 사육 환경에 대해 재고하리라 본다. 그러면 시장 전반에 인증된 제품들이 주가 된다. 기업도 보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날이 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와 모두를 위한 착한 소비를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다. 늦게나마 건강한 먹거리에 눈뜨게 해준 아이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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