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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되지만 좀 힘들었습니다.

by 토리가 토닥토닥


‘힘든 사람들 오는 곳이 복지관이다. 그들을 위해 사회복지사는 더 친절하고 더 겸손해야 한다.“

이직하는 곳마다 관장님들은 말씀하셨다. '친절하고 상냥한’ 것은 사회복지사에게 ‘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업종에도 있는 블랙컨슈머는 복지분야에도 존재한다. 블랙컨슈머가 특히 많은 사업은 ‘무료급식사업’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저 일반적인 ‘식사’의 영역 뿐 아니라 ‘생존’의 영역으로 그 분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며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지관에서의 급식지원은 영양학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부분도 있지만 식비 경감을 통한 경제적인 부분도 연관되어 있기에 사망, 타지역 전출, 입원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대상에서 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의 경우가 발생될 수 있듯 컴플레인 역시 정해진 룰은 없다. 다만 대표적인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존인원의 탈락이 없어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대기자인 경우와 경제력조사 부분에서 필수서류 미비 등으로 지원조건이 확인 안되는 경우다. 그럴때 대부분 "옆집에 사는 누구누구는 나보다 잘 사는데 왜 받지 못하냐"는 언어 표현도 있지만 간혹 직간접적인 불만이 표출되기도 한다.




G복지관에서의 일이다. 그 날도 평범했다. 그날따라 돼지갈비가 질기게 조리되어 틀니를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가위로 잘라드리기도 했고, 빈 통조림 깡통에 음식을 몰래 싸가시려는 어르신들에게 주의를 드렸던 것이 기억난다. 식사시간도 어느정도 지나 잠시 사무실로 갔을 때였다. 직원이 황급히 나에게 식당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말쑥한 은빛 회색 양복을 입으신 어르신께서 영양사를 코너로 몰고 마구 삿대질을 하며 본인이 식사에서 왜 탈락되었는지에 대한 항의가 한창이었다. 그 어르신은 톤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싶게 괴성을 지르고 계셨다. 사무실까지 들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기준에 맞지 않아 식사대상에서 제외되신 것에 대한 항의였다. 빳빳하고 딱딱한 A4 비닐화일을 영양사의 목에 향한 채로 말이다.


한두번의 일은 아니었다. 주니어 복지사 시절 나들이에 본인이 빠졌다며 어르신이 휘두르시던 지팡이도 겪어봤고 후원이 종료된 항의로 음주상태에서 반찬통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적도 있었다. 그나마 나에게 던져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무튼 같이 화를 내면 복지관에 대한 소문이 잘 못 돌수도 있고, 한 두번 겪냐며 상사에게 혼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A4 비닐화일이 한몫했다. 비닐화일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하시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손에 있던 비닐화일의 방향은 나에게 향해졌고 이젠 목이 아니라 눈을 찌를 듯 했다. 그리고 나 역시 한번 터져버린 화 속에는 친절을 챙길 틈도 없었다. “어르신 못 받으시는거 잘 아시면서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라고 소리의 데시벨이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은 더러워서 안 온다며 바닥에 침을 뱉고 가셨고 영양사와 나는 단순한 업무를 정리하듯 그렇게 마무리했다. 나중에 영양사가 울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나 역시 마음이 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으로 찌를 듯이 다가오던 A4 비닐화일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혼자서 삭히거나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 선까지가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지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인권과 관련된 사안은 폭언, 비하발언, 무리한 요구 등 끊잆없이 벌어진다. 요즘 전화로 문의를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지금 전화를 받는 상담원은 누군가의 엄마, 딸, 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그 문구를 들으면 사회복지사도도 누군가의 딸, 아들, 엄마, 아빠,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노출된 사회복지사들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 그저 본인만 참으면 된다고 결론을 대부분 맺는다. 그러나 나는 복지시스템 속에서 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일반의 사회복지사들이 인권과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는 더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인권 매뉴얼이 있는 기관도 있지만 더 많은 기관들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도 초기 상담시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을 고지하여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매너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함께 문제해결을 진행하는 사회복지사도,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도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주어야만 그 과정속에서 서비스 이용자와 사회복지사 모두를 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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